경제

[생명과 과학] 뜨거워…거짓말하면 코가 길어 진다

입력 2021/12/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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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가 살짝 보이는 산타클로스의 무릎 위에서 우는 본인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다섯 살이었던 아이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처음 의심했었다. 난 그분들이 견습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아직 집에 들어오는 마법을 쓰지 못하며 유치원으로 실습을 나가는 분들이라고, 그래서 더러 수염도 붙인다고 했다. 아이가 6세가 되던 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썰매는 어떻게 그렇게 빠를 수 있으며,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오는지 궁금해했다. 난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썰매가 빛보다 빠르지만 세계화에 걸맞게 각국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들께서 지역별로 활동하시며 마법을 터득하게 되면 집에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가신다고 했다. 거짓말은 2~3년 새 산처럼 불어났다. 다행히 순진한 아이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어주었다.


Q. 거짓말이 커지는 이유는 뇌에 있다?

A.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목적은 복잡한 사회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남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는 고차원적인 거짓말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그것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영장류와 같은 일부 동물만이 가능하며 그렇기에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우리 인간을 긴 역사 살아남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이야기가 뇌과학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2016년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 연구진에 의해 진행된 실험에서 연구진은 부정직한 행동 후 뇌 측두엽 안쪽의 편도체가 활동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했다. 편도체는 정서적인 정보를 처리하며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공포, 불쾌 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편도체 활성은 거짓말로 인해 느끼게 되는 감정에 의한 것으로 일종의 거짓말에 대한 브레이크 효과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자가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 활동량은 서서히 감소하였다.


다시 말해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 활동성이 떨어지고 부정직한 행동에 대한 제어 기능이 약해져 거짓말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Q. 거짓말을 할 때 신체의 변화는?

A. 필자가 거짓말을 잘한다고 느낀 이유는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대상이 순진한 아이여서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 심박수가 증가하며 동공이 떨리거나 혈압이 증가하는 등의 신체 변화를 겪는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가 떠오른다. 거짓말과 함께해온 인류이기에 우리 코가 피노키오의 코가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할까? 실제로 거짓말을 하면 나타나는 변화에 코의 온도 변화가 언급되는데 우리는 이를 '피노키오 효과'라고 한다. 거짓말을 할 때 우리 몸에선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부신수질의 크로마핀 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콧속 조직을 팽창시켜 혈압을 올리고 코의 온도를 높인다. 이렇게 증가한 코의 온도를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감지하는 기술은 디지털 기반 첨단 과학수사 요소로 거짓말 탐지기 개발에 응용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Q. 거짓말 탐지 기술은?

A.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달라지는 신체의 '교감신경' 활성화를 찾아내는 것을 원리로 한다. 거짓말 탐지기의 시초는 1885년 이탈리아 생리학자 롬 브르노가 맥박의 변화를 읽어 범인 검거에 성공한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거짓말 탐지기는 호흡파나 피부 전기반사, 심맥파를 동시에 기록하는 '폴리그래프'라고 하는 장치이다. 이 밖에도 봤던 장면을 보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P300파를 이용한 '뇌 지문 감식' 기술이나 거짓말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과 알고리즘을 활용한 거짓말 탐지 기술 개발도 시도됐는데 얼굴 근육이 의식적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전극 삽입 스티커'를 붙여 거짓말을 하는 동안 관찰되는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거짓말을 가려내는 기술이다. 얼굴 근육 움직임 패턴을 학습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방법은 실제로 미국은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안면 인식 장비에도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다양한 센서, 생체 인식 기술 등을 결합해 눈의 움직임, 목소리, 자세, 얼굴 동작의 변화 정보를 읽어 거짓이거나, 잠재적인 위험을 나타내는 개인을 판단하며 그 진단율도 60~75%로 높은 편이다.

Q. 거짓말을 하는 것은 질병인가요?

A.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플랭크(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남을 속이지만 본인이 꾸민 허구의 세계를 사실로 믿으며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를 '리플리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리플리증후군은 질병이 아닌 정신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를 속인다는 점에서 인격장애에 가깝다.

인류의 생존 비결 거짓말. 인간의 거짓말은 무의식적인 방어 기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말한 호모 팔락스(Homo Fallax·속이는 인간)라는 인간의 명칭은 진화적 관점에서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나의 거짓말은 동심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에 기반한 방어 기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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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지 한양대 해양·대기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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