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암초 만난 전자금융거래법…공정위-금융위 '중복' 논란

입력 2022/01/06 17:47
수정 2022/01/07 07:00
금융위 추진 전금법 개정안
온라인플랫폼법 문구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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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 제기로 '표절' 논란에 빠졌다. 전금법 개정안이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플랫폼 갑질 방지 규범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금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금융위에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가 온플법과 겹친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내용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안된 전금법 개정안(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제36조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부분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1월 국회에 온플법(정부안)을 제안했고 여기에 제9조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를 담았다.


문제는 두 법조문이 똑같이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행위 규범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경영 활동을 간섭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자구 표현 정도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공정위는 국내법 체계상 똑같은 내용이 두 개의 다른 법률에 중복적으로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금법은 전자금융업자를 규율하는 법인데 이것이 전체 플랫폼의 공정 규범을 다루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만일 공정위가 온플법 내용 중 금융 부분을 예외로 두고 금융위 관할 금융법안에 일임하더라도 공정 규범은 전자금융업자를 규율하는 전금법보다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업권 개별법에서 다루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보험업자와 온라인 보험업자에 대한 공정 규범을 오프라인 공정법과 온라인 공정법으로 달리해 규율하기보다는 하나의 보험법으로 규율하는 게 논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중복 내용을 담은 두 법률은 공정위 측 지적대로 피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가 공정위 지적대로 전금법 개정안에 담긴 공정 규범을 폐기하는 것은 입장을 번복하는 셈이 된다. 금융위는 최근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대해 전금법을 개정해 빅테크의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기도록 지속되면서 실제 발효까지는 난항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전금업자의 내부 거래가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통해야 한다는 외부 청산 의무화 조항과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가는 것을 두고 '빅 브러더'라고 비판하면서 전금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이번 기회에 전금법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모두 빼고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나 청산 제도 이슈들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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