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금줄 막히는 국내 원전기술 고사 위기

입력 2022/01/02 18:21
수정 2022/01/02 19:53
EU, 원전 '녹색분류' 포함

친환경 에너지로 금융 지원
탈원전 한국은 나홀로 역주행

원전 수출 확대 시급한데
국내산업 생태계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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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가운데 국내 원전 업계에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정부가 벌이는 원전 사업에 원전 건물 건설을 위한 단독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가 섣부르게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는 원전이 빠져 있어 이런 원전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녹색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됐다. 이는 원전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감이 조성됐음을 의미한다.


EU 집행위는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가운데 전력생산의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넣자는 입장이다. 반면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반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내놓는 EU마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한 만큼 한국의 결정이 섣불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했다.

이런 가운데 2일 한수원은 이집트가 벌이는 '엘다바 원전사업'의 터빈 건물 등 건설사업 계약을 위한 단독협상 대상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은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2017년 수주했다. 한수원은 JSC ASE와 협력해 원전 4개 호기에 필요한 터빈 건물 등을 건설할 계획으로, 총 4.8GW 규모의 원전 건설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이 완료되면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담당하게 되고 냉각기·펌프·밸브 등 주변 기기도 국내 기업 제품이 도입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조 단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폴란드 등에 자체 개발한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국내 연기금과 국책은행, 민간은행이 투자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만큼, 원전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면 동구권 원전 수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국내 원전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에 벌이는 이집트 원전 사업은 러시아가 자금조달을 하기 때문에 녹색분류체계 관련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동유럽 원전 수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는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초기 자금조달이 중요한데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이 빠지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원전을 체계에 포함해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하면서 올해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뒤 한 차례 수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송민근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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