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90년생부턴, 평생 내도 한푼도 못받는다…국민연금 그냥 두면 벌어질 일

이희조 기자
입력 2022/01/13 17:20
수정 2022/01/14 09:03
한국경제硏, 수급전망 분석

보험료 더 내고 연금 덜받는
국민연금 개혁 안 이뤄질때
적립금 2055년 바닥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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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32세인 1990년 출생자부터 국민연금을 아예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됐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식으로 수술을 서두르지 않으면 2055년 연금이 고갈된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이용해 이같이 전망했다. 2020년 740조원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2030년 약 1027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후 줄어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재정수지(수입-지출) 역시 점점 떨어져 2039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연금 수급자는 2020년 19.4명에서 2050년 93.1명으로 5배 급증한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현재 국민연금 체계가 유지되면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2033년부터 만 65세)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현재도 고령인구의 소득을 보장하기에는 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후 생활 소득원 중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비중은 25.9%였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 5개국(G5) 평균(56.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적연금과 자본소득을 비롯한 사적 이전소득도 22.1%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집계돼 OECD 회원국 37개국 중 1위였다. G5 평균인 14.4%의 약 3배에 달한다.

사적 이전소득은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공적·사적 연금이 제구실을 못하며 한국 노인들은 G5와 달리 노후 소득의 절반 이상(52.0%)을 근로소득에 의지하고 있다.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인 소득대체율도 2020년 기준 35.4%로, G5 평균(54.9%)보다 훨씬 낮다.

국내 연금의 노후 보장성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30여 년밖에 남지 않은 데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속에 국민연금 가입자도 줄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올 초 공개한 국민연금 총 가입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210만8067명으로, 2020년 말(2210만7028명) 대비 1000여 명 느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사업장 가입자 확대 정책에 힘입어 2018년 2231만3869명을 기록한 뒤 2년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총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만 15~64세) 비율은 2020년 72.1%에서 2030년 66.0%, 2070년 46.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측은 "제도·환경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도 국민연금 가입자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보장의 기초인 국민연금을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식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까지 높여 기금 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최근 논문에서 강조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 불과했다. 이후 1998년 9%가 됐고, 20년이 넘도록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오 위원장은 향후 기초연금을 최저 보장연금으로 전환해 전 계층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되 동시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확대해 다층적 연금 구조를 통한 노후 보장 체계를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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