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은 오판, 공정위 뒷짐에…결국 대우조선 M&A 무산 위기

입력 2022/01/14 17:30
수정 2022/01/14 19:44
EU,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승인거부 파장

본계약 당시도 EU 불승인 우려
이동걸회장 "승산 50% 넘어"
양사 수주 점유율만 70% 달해
공정위, EU 심사 기다리며 미뤄

대우조선 다시 채권단 관리로
산은, 컨설팅 통해 새 주인찾기
대선 고려땐 상반기에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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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근거 없는 과신과 정부의 뒷짐 행정이 화를 키웠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무산되자 합병을 주도했던 KDB산업은행과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지연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선업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산은은 당초 결합심사 불승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강행했고 공정위는 결정을 지연하면서 EU의 결정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EU 판결로 3년을 끌어온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됐다. 이 회사는 산은 등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되고, 새로운 주인 찾기 절차가 시작됐지만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윤곽은 올 하반기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14일 조선업계에서는 EU의 기업결합 불승인은 예고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았다.


2019년 3월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8척, 588만CGT(표준선환산톤수) 중 한국조선해양은 29척(252만CGT), 대우조선해양은 18척(158만CGT)을 수주했다. 양사의 수주 점유율은 CGT 기준으로 69.7%에 달했다. 이는 사실상 독과점에 해당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우려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 없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도 승산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한 "(합병이)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할 정도로 매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실제 2019년 3월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참고할 수준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겠다"며 "어느 경쟁당국보다 공정위가 빨리 결론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그해 9월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뒤 공정위는 EU가 기업결합심사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심사를 차일피일 늦춰왔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EU가 조만간 공식 심사 절차를 재개할 것이어서 한국도 연내 심사할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14일 "공정위가 본 기업결합을 계속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이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사건 절차 규칙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EU의 불승인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산은 등 채권단의 관리체제로 다시 전환되고, 새로운 주인 찾기 절차가 시작됐다. 채권단은 최근 외부 컨설팅업체에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주해 진행 중이고, 오는 3월까지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현황과 영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서 향후 새로운 주인 찾기에 활용할 방침이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이 취약한 부분의 경쟁력 강화에 적합한 인수 기업을 찾을 수 있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법상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 방식이어야 한다. 현재 이론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매각 방식은 대우조선해양 전체 매각, 분할 매각 등이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주인 찾기가 하반기는 돼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 문광민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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