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롤렉스가 1000원, 페라리가 10만원…이맛에 조각투자 빠져든다는 2030

입력 2022/01/14 17:35
수정 2022/01/14 19:54
[WEALTH] 알뜰한 MZ세대 '쪼개기투자' 플랫폼이 뜬다

1000원 롤렉스, 10만원 페라리
슈퍼카·시계…심지어 한우까지
공구하듯 소액투자해 수익 공유
송아지 키워 경매 뱅카우 '화제'

고가제품군 가치 상승에 베팅
원금손실 가능성있어 검증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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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드림카, 쪼개기투자로 만나보세요." 대체투자 조각 소유 플랫폼 '트위그(Twig)' 홈페이지 첫 화면은 이 같은 문구로 방문자를 반긴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명품차 페라리를 쪼개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쪼개기투자는 자산을 다수의 개인이 공동구매해 추후 발생하는 저작권료·렌탈료·처분이익 등을 나눠 갖는 신종 투자 방식이다. 소액 투자를 통해 쉽게 구매하기 힘든 고가 제품을 간접 소유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뜨겁다.

트위그가 쪼개기투자로 유치 중인 차량은 페라리 테스타로사 512TR다. 1980년대 인기를 끈 영화인 '마이애미 바이스'에 등장한 것을 계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모델이다.


트위그에서 책정한 해당 차량의 총자산가치는 약 3억2000만원이다. 이 고가의 슈퍼카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 출자금액은 단돈 10만원이다. 1억1000만원의 투자금을 모으는데, 현재 60%대 투자자금이 모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식, 코인, 부동산 투자 열풍이 정보기술(IT) 발달로 대체투자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슈퍼카, 명품 시계·가방 등 하이엔드 제품을 비롯해 패션잡화, 동물 투자 상품도 등장했다. 쪼개기투자는 고가 제품 리셀(되팔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해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가 일상이 된 2030세대에게 쪼개기투자는 간접 소유의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놀이문화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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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쪼개기투자 상품이 트위그의 페라리다. 트위그는 "이 딜(페라리 테스타로사 512TR)을 통해 결성하는 트위그 5호 조합은 대상 차량의 소유자와 손익 분배 약정을 체결하고 대상 차량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손익 중 34.38%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다"며 "조합원은 대상 자산 처분 시 각자의 출자 계좌 수에 비례해 조합의 손익을 분배받게 된다"고 밝혔다.


출자자에게는 소정의 기념 카드가 주어지며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차기 딜 우선 참가 자격과 함께 출자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충분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 차량의 자동차등록증, 자동차보험증서 등의 문서도 제공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시테크(시계+재테크)'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유행 중이기도 하다.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한 데다 희소성도 갖춰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에 주목해 쪼개기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최근 1000원만 있으면 롤렉스 시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했다. "투자 마감일로부터 1년 후 매각 절차를 진행해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는 게 트레져러의 설명이다. 투자 상품인 롤렉스는 트레져러 본사 내 쇼룸의 금고 안에 보관된다. 지금까지 트레져러는 시계, 와인 등 쪼개기투자 상품을 총 29개 판매했다. 이 중 7개 상품 매각이 완료됐고 평균 수익률은 10.2%에 달한다. 트레져러는 롤렉스 투자 포인트로 "롤렉스는 지속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식 가격이 인상돼왔다"며 "일반적으로 리테일 가격 상승은 중고 거래 시세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투자에 참여한 정 모씨(30)는 "롤렉스 시계는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중고 거래를 할 때 소위 '피(프리미엄)'를 주더라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쪼개기투자를 통해서라도 시계를 간접 소유함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도 있고 매각이 어려울 경우 시계 자체를 양도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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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체투자 플랫폼인 '피스' 역시 롤렉스 쪼개기투자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피스는 가장 인기 있는 최상급 롤렉스 모델 11점을 선별한 '롤렉스 집합' 상품을 총 1억1800만원에 판매했다. 피스는 1년 뒤 해당 롤렉스 집합 상품의 가치가 1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계뿐만 아니라 명품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및 고가의 와인에도 투자할 수 있다. 서울옥션블루가 서비스하는 '소투'는 운동화를 쪼개기투자 상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키 덩크 로우, 사카이 등 인기 있는 모델들을 대상으로 쪼개기 투자를 진행해 8%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심지어는 동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는 농가와 소비자를 투자로 연결해 생산자, 소비자가 함께 자산을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가에서 키운 송아지가 성장해 경매로 판매되면 수익 중 일부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통상 한우는 100~3000마리 단위로 사육이 이뤄져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뱅카우를 통해 투자자들은 최소 4만원부터 송아지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농가는 자금 유치를 통해 사육 비용 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뱅카우는 "투자금 유치를 통해 농가 생산비가 평균 52% 감소하고 생산성은 최대 21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뱅카우 관계자는 "사육 과정에서 본인이 투자한 소가 자라는 모습을 업데이트되는 사진으로 볼 수 있고 건강 상태와 검진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내 소의 출하 과정과 등급 판정까지 한눈에 볼 수 있고 경매를 통해 최종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농가에서 키우던 소가 전염병 등으로 폐사할 경우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쪼개기투자 방식은 투자자에게 수익과 더불어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매번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향후 투자 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볼 위험성을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 특정 상품에 투자하기 전에는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약관을 통해 손익 산정 등 수익 구조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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