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승범 "가계부채 저승사자 역할에 충실"

입력 2022/01/19 17:26
수정 2022/01/20 09:29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

외환위기·카드사태 언급하며
"과도한 버블, 사전에 대응해야"

소상공인 만기연장 3월 종료
전문가 "기간 줄여 지속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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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8일 이코노미스트클럽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해 금융위원장에 취임하고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계부채 저승사자'를 자처하며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대출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 위원장은 지난 18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행사에 참석해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저명한 경제학자 프레더릭 미슈킨은 '과도한 부채에 의한 버블은 금융당국이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우리나라가 겪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등은 모두 지나친 금융 완화적 정책으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에 금융 안정과 관련한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올해 금융 안정 3대 과제로 '가계부채 관리' '자영업자 부채 관리' '제2금융권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 일환으로 전세대출을 다시 총량규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총량규제를 지켜야 하는 금융사에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액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40%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은행권 주택 관련 대출의 90%가 전세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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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7.1%였지만 4분기 전세대출 총량규제 예외를 인정하면 증가율은 6.6%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꿔 해석하면 전세대출은 한 분기 가계대출 증가율 중 0.5%포인트를 차지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로 제시했는데 이 중 전세대출 증가액이 절반가량 차지한다면 금융사들이 늘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나머지 절반에 불과하다.

고 위원장은 19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경제·금융 연구기관, 시중은행 등과 함께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3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로 지원된 총액은 27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소상공인 매출 회복이 지연되며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추가 연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 부원장은 구체적 방안으로 연장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것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원 조치가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일 NICE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은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 시 부실 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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