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존 케리 "스페이스X처럼…기후혁신 기업에 정부가 판 깔아야"

입력 2022/01/20 17:16
수정 2022/01/21 09:57
'기후혁신과 스케일업' 세션

기후변화 대응 신기술 만들면
'정부가 사겠다' 수요 창출을

위기대응 남은시간 8~10년뿐
핵심기술 46개중 44개는 더뎌

빌 게이츠 "R&D·탄소세 도입
선진국 더 공격적으로 나서라"
◆ 세계경제포럼 / 다보스 어젠다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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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들기만 하면, 우리가 사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우주로 가기 위한 스페이스X 프로젝트도 그런 식으로 이뤄졌다. 34개 선도 기업들이 연합해 탄소 저감을 위한 혁신 기술을 사겠다는 유례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혁신 기술이 스케일업(규모 확대)하고 중진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19일(현지시간) 3일 차를 맞이한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한 세션이 연이어 열렸다.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총재 진행으로 이뤄진 '기후혁신 가속과 스케일업' 세션에서는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빌 게이츠 브레이크스루재단 창립자 등이 참석해 탄소 저감 기술을 갖춘 '클라이밋테크' 기업과 기술을 키우고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케리 특사는 "COP26(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큰 걸음이었지만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며 "특히 정부 재정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만큼 민간영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소식은 지난해 400억달러 민간투자가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이뤄지고 클라이밋테크 회사들이 실제로 나스닥지수보다 주주가치를 더 창출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기술 자체에 대한 정부 투자액이 아직 적고, 다음 10년간 온실가스 배출 저감량의 50%를 담당해야 할 46개 핵심 기술 중 44개가 충분히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과제"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46개의 필수 클린에너지 기술 중 '정상궤도(On track)' 오른 것은 전기차와 발광다이오드(LED) 전환 등으로 대표되는 조명 기술(Lighting Technology) 2개뿐이라고 발표한 것을 인용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인도 등 석탄 사용이 많은 나라들의 전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석탄을 대체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라며 "빌 게이츠가 기술의 첨단에서 연구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도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창립자는 "각각의 영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없애기 위한 비용(그린 프리미엄)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주요 기업들을 연합으로 끌어들여 '그린 수소, 직접 공기포집, 항공 연료' 등 기술을 개발하는 게 어려워 말 그대로 올해부터 시작하는 주요 프로젝트들의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와 빌 게이츠 창립자는 기술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도록 '구매 대기 수요'를 만들어줄 연합체인 '퍼스트 무버 연합(The First Movers Coalition)'에 최대한 많은 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퍼스트 무버 연합은 미국 상무부에서 지원을 받는 국무부와 세계경제포럼의 민관 파트너십 연합이다.


케리 특사는 "클린에너지를 살 여러 기업들이 '준비된 시장(구매자)'으로 모이는 흥미로운 연합체"라며 "백신이나 스페이스X 때처럼 민간에서 기술을 만들면 '(정부나 기업 연합체인) 우리가 사겠다'는 방식의 구매력 창출로 기술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가 자동차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철의 10%를 친환경 철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 이 같은 경우다.

게이츠 창립자는 "결국 시멘트, 제철 등 어느 영역일지라도 경제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준이 돼야 한다"며 "선진국들이 연구개발(R&D) 투자와 탄소세 등 제도 도입에 공격적으로 나서야만 중진국에 제안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지 않는 신뢰성(reliability)도 차세대 기술의 중요 요소"라고 밝혔다. 케리 특사는 "토네이도나 산불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각국 리더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기간이 8~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조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남아프리카, 멕시코 등지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도 언급됐다.

올해 COP27 개최국인 이집트의 야스민 푸아드 환경부 장관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이 둘을 묶어내는 일련의 정책 없이는 COP26과 그 이상의 목표를 원하는 만큼 빠르게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에너지기업 바텐폴의 안나 보그 최고경영자(CEO)는 "친환경은 사업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시장이 급격히 바뀌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리더로서 우리는 이윤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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