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대재해법 처벌 면하려면…넘어야할 안전의무 허들 15개"

입력 2022/01/20 17:48
수정 2022/01/25 15:21
매경·화우 공동개최 웨비나

주요기업 한자리…대응논의
책임자 충실수행 확인조치 등
의무사항 범위 넓고 까다로워
재계 "판례 쌓일때까지 혼란"

"안전보건 전담조직이 우선"
인과관계 입증이 최대 쟁점
비난여론에 쉽게 휩쓸릴수도
◆ 중대재해법 D-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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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법무법인 화우 강당에서 열린 매일경제·화우 공동 주최 `중대재해처벌법 이렇게 대응한다` 웨비나에서 방역지침에 따라 50명의 기업 안전담당자들이 참석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1300명이 동시 접속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주형 기자]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20일 매일경제와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이렇게 대응한다' 웨비나는 주요 기업들을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발표자로 나선 오태환 화우 변호사는 '안전보건 전담 조직 설치'를 가장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법 시행을 며칠 앞두고 기업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제대로 갖췄느냐는 것"이라며 "안전보건 전담 조직은 대표이사 직속 최상위 조직으로 안전보건 업무에 대한 감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안전보건 전담 조직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연계하는 안전보건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조직·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최종적인 결정권한 행사가 필수"라면서 "CSO의 권한이 형식적 지위에 머무르는 경우 최고경영자(CEO) 등이 경영책임자로 특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SO가 형식적인 지위에 그치는 사례는 CSO가 CEO에게 보고해 의견을 구하고 그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 CEO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결정되고 CSO는 이를 집행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오 변호사는 "단지 CSO가 CEO의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한 자리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그럼에도 CSO를 통해 안전보건 의무를 철저히 이행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잘 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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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상 15개 의무

또 발표자로 나선 김재옥 화우 변호사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를 다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상 의무 사항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로 총 4가지다. 이를 바탕으로 시행령 제4·5조에서 총 15가지 의무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15개 의무 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15가지 의무 사항에는 안전보건 필요 예산 편성 및 집행,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등 업무 충실 수행 조치, 유해 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등이 있다.

김 변호사는 형사 구성 요건 관련 주요 쟁점으로 고의범 여부와 인과관계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경우에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했다"며 "과실의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경영책임자 자신이 '몰랐다'는 고의 조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인과관계 입증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둘 다 불이행했을 경우만 가장 전형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중대산업재해는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만큼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중첩되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각각 경영책임자와 현장 소장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상 현장 소장과 공장장 등은 현장의 작업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의가 인정돼 처벌돼왔다"면서 "그 법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더해져 경영책임자도 함께 처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 직접 나온 웨비나 참가자들은 시행 일주일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안전보건 ISO 인증을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면서도 "그러나 노무 제공자와 제3자 종사자 사고에도 기업이 책임을 지라고 하니 안전보건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기계부품 제조사 와이어블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같은 기존 법들이 있는데도 새로운 법이 생겼고, 새로운 법은 규정조차 애매해 기업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웨비나를 공동 주최한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대표는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갈수록 기업 경영 환경이 살벌해지고 있다"며 "이번 웨비나를 통해 기업인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혼동 사례를 발굴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매년 900명가량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900명의 CEO가 관련돼 있을 것이고, 이 중 10%만 쳐도 매년 90명의 CEO가 처벌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러면 안전보건 수준이 확 올라가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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