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인의 노래를 찾아서]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당신의 삶은 아름답다

입력 2022/04/29 08:01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1883~1963)

산부인과·소아과 의사로 살며
치유의 삶속에서 틈틈이 詩作

난해하고 현학적인 시가 아닌
일상의 언어와 리듬으로 담아

노동후 귀갓길 시민 모습에서
진정한 아름다움 시로 표현해

삶을 억지스럽게 미화 안해도
우리 일상은 그 자체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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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엔 수많은 반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식사를 하는 시간,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채비로 분주한 시간.

누군가는 그 반복을 지루하고 별 볼 일 없다 여기겠지만 누군가는 그 반복의 틈 사이로 자신만의 시간을 새롭게 완성하기도 한다.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에는 후자에 가까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패터슨'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작은 도시 '패터슨'에 거주하며 매일 같은 길을 왕복하는 버스를 몬다. 똑같은 일상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의 하루는 결코 같지 않다. 그는 시를 쓴다. 그의 비밀 노트에는 순간순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상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그래서 그의 삶은 지루하지 않고, 그가 관찰하는 주변은 특별하다. 없어도 그만인 하루가 아닌,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하루가 된다.


한편 영화에는 또 다른 '패터슨'이 등장한다. 주인공 '패터슨'이 좋아하는 시 '패터슨'이다. '패터슨'에 거주하는 '패터슨'이 좋아하는 시 '패터슨'. 전자의 두 패터슨이 영화에 의해 창작된 가공의 것이라면 후자의 패터슨은 실재한다. 이 시를 쓴 이가 바로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1883~1963)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소아과 의사였다. 미국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수많은 이들의 출생을 돕고,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갔다. 그리고 틈틈이 시를 썼다. 그의 시는 난해하고 현학적이기보다는 삶에 마주하는 현실의 모습과 사람들을 일상의 언어와 리듬으로 담아낸다. 그래서일까? 평범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시 한 편이 작은 새 한 마리가 되어 느닷없이 가슴 속을 파고들며 둥지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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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에 비친 비에 젖은 빨간 수레와 그 곁에 선 하얀 병아리들은 그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했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 순간을 시로 남기게 이끌었을까? 출근길 혹은 퇴근길에 시인은 그 모습을 본 걸까? 그때 그는 노트를 펼쳐 시를 쓰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진찰을 마치고 언젠가 목격한 그 장면을 시로 남긴 것일까? 이상하게도 빗물에 젖은 빨간 수레는 그 외양과 달리 결코 비루해 보이지 않는다.


하얀 병아리들은 그 곁에서 비를 피했을 것이다. 더 많은 생명을 지닌 것들이 그 보잘 것 없는 수레에 기대어 고단한 현실로부터 작은 쉼을 얻었을 것이다. 비에 젖어서가 아닌, 살아 있는 것들에 자신을 내어준 수레였기에 시인의 눈에는 빛나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진찰 중에 만났던 누군가의 존재감이 시인의 눈에는 저 수레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의사 윌리엄스는 왜 시인이 되었을까? 다음 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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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에서 발견된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이 윌리엄스를 의사에서 시인으로 만든 것 같다.

시에 따르면 그들은 끔찍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끔찍함은 어떤 연유에선지 아름다워서 시인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는 시인이 되었다. 앞선 '비에 젖은 빨간 수레'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할 것 하나 없지만,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햇볕에 그을린 채, 매일의 수고를 게을리하지 않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성실이 윌리엄스로 하여금 시를 쓰게 이끌었고, 결국 그들의 삶은 시인의 노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의 삶을 반복한다. 지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두의 하루가 같지는 않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살피고 그 의미를 발견한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여도 그의 오늘은 어제와 다를 것이다.

비에 젖음을 반짝임으로, 끔찍함을 아름다움으로 억지스럽게 미화하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은 시인의 눈처럼 자연스레 그 비밀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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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 대일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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