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 허송세월 끝내려면…용산개발청 만들고 與野 협치부터

컨트롤타워 구성이 선결 과제
특별법 만들고 로드맵 내놔야

정부·지자체·전문가·시민단체
여야 정치권도 함께 참여하면
정치적 외풍 흔들림없이 추진

용산개발, 수십년 걸릴 장기전
임기내 성과 조급함은 버려야
◆ 제32차 국민보고대회 ◆

39407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3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32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는 `용산 르네상스` 보고서를 통해 "용산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자유와 희망을 돌려주고 그 열매를 서울시민이 누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주형 기자]

프랑스 파리의 200년 전 별명은 '악취의 도시'였다. 좁은 도로에 땅은 질퍽이고 곳곳에서 악취가 풍기는 비위생적인 도시였다. 1853년 '파리 대개조' 계획이 나왔지만 막대한 개발비용에 무리한 프로젝트라는 우려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과 정치인이 단합해 계획을 진행했고 36년 만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세계적 도시를 만들어냈다.

39407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매일경제 제32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팀은 수도 서울을 재창조하기 위한 '용산 르네상스'를 이루려면 집권세력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장기 개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추진 체계를 만들어 정치·경제적 외풍에 휘청거리면서 10여 년간 공회전을 거듭했던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국민보고대회팀은 10년 이상 멈춰 있던 용산 개발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추진력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끌고 나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용산 개발 프로젝트 중 공원 조성은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 기반시설 조성은 국토교통부, 주변지역 관리는 서울시 등으로 관련 법과 추진 주체가 분산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통령 직속 용산 개발특구청은 흩어진 용산 개발 계획을 묶어 국가급 프로젝트로 추진할 대표 조직으로 거론된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서울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산학연 전문가는 물론 시민·환경단체를 포함한 민간단체도 힘을 보태는 구조다. 여기에 수십 년이 걸릴 장기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줄 여야 정치권의 참여도 요구된다. 단순히 도심 개발 프로젝트에 그치지 말고 용산 개발을 협치의 시작점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용산 르네상스가 제대로 움직이려면 새만금청이나 행복청보다 더 높은 대통령 직속 개발청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용지 반환이나 환경정화 비용에 대해 미군 당국과 협의하는 것도 잘 풀어나갈 수 있고 개발사업 전체에 관한 사업경제성(BC) 역시 통합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야가 함께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돼야 하고 용산 개발 편익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이전되는 개발이익 배분까지 그리는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도쿄 도심 개조작업은 참고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1964년 도쿄올림픽 전후 대규모로 개발됐던 도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낙후됐고 1991년부터 시작된 일본 경제 장기 불황은 도심 개발을 오랫동안 막아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2002년 총리대신실이 주도하는 도심재생특별법을 만들어 고도제한 규제개혁 등을 파격적으로 내걸었고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풍경을 바꿨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진행한 정책 일관성과 여기에 적극 호응한 민간 참여로 마루노우치·롯폰기힐스 등 도쿄 명소가 생겨났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임기 내에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작용해 되레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많다"며 "정권의 대계가 아니라 국가의 100년 대계를 생각하면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금융에서 5년 이후 상황은 신만 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용산 개발 프로젝트는 장기 호흡으로 진행해야 하고 민간의 돈이 적시에 투입되려면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용산 르네상스'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협치의 공간으로 용산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 곳곳에 흩어진 각국 대사관을 용산에 집결시켜 외교타운을 조성하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인접한 외교타운이 미군기지 이전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 수립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광화문 정동 한남동 여의도 등으로 분산돼 있는 각국 대사관과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을 다 모으면 외교타운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 서찬동 부장(팀장)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대기 기자 /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 이축복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