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과거 금리역전과 다르다"…强달러·무역적자에 자본유출 경고등

입력 2022/05/06 17:50
수정 2022/05/06 21:41
전문가들 "원화약세 지속땐
외인자금 한국이탈 빨라질듯
韓보다 강한 美회복세도 영향"

한미금리差 0.5%P로 좁혀져
이르면 7월 美금리 한국 추월

정부 한미 통화스왑 재추진
원화값 추가하락 방어 의지
◆ 빅스텝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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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불과 0.5%포인트로 바짝 좁혀지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대규모 자본 유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긴축으로 신흥시장으로 흘러갔던 자금의 이탈이 가팔라질 수 있는 데다 원화값 약세 국면이 지속되면서 기대투자수익률이 낮아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신호탄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1.5%)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기존 1.0%포인트(상단 기준)에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달 26일과 7월 1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만 인상하고 미 연준이 6~7월 연속해 빅스텝을 밟으면 7월 말에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이 경우 달러당 원화값이 한층 떨어지고 달러로 환산된 자산가치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곧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전 영업일 종가(1266.3원) 대비 6.4원 하락한 1272.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3월 19일(1285.7원)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향후 빅스텝을 두 번 이상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원화가치가 급격히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선임연구위원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75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며 원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값 저점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의 하락세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시장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달러당 원화값의 1차 저점은 1285원,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1300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제를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경우는 총 3번이다. 가장 최근은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 사이다. 당시에도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불거졌으나, 민간기관들의 연구결과는 엇갈렸다.

L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및 외국인자금 유출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보다 정책금리가 낮아졌던 국가들의 사례 26개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경우는 단 2번에 불과했다.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 수준이 반드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두 번의 시기(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8월)에도 외국인들이 주식자금을 빼서 일부 나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간 금리역전에 의한 외국 자본 유출 규모를 금리차 0.25%포인트당 약 15조원(국내총생산의 0.9%)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2018년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긴축이 거의 완료된 시점으로 외국 투자 자본이 금리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양적완화 이후 긴축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그때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우리보다 견조하기 때문에 금리마저 높아지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남아 있을 인센티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나치게 미 달러화 강세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환율이 가장 큰 복병이다. 2018년 3월 당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음에도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정책금리 차가 확대되기 전인 6월 12일(종가 2468.83)까지 코스피는 3월 초보다 1.71% 상승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아진 결과, 외국인 자금 유입 추세가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된 가운데 원화가치마저 크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확대돼 2020년 2월 말에는 코스피가 1987.01로 떨어졌다. 2018년 3월 초와 비교하면 18.14% 하락했다. 당시 환율 수준도 같은 기간 달러당 1060.29원에서 1195.60원으로 약세였다.

LG경영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 전망이 고조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주가 하락, 시중금리 상승, 원화가치 추가 하락 등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한미 통화스왑 재추진을 시사하며 시장 안정에 애쓰고 있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대유행 때 미국과 각각 300억달러, 600억달러 한도로 통화스왑을 체결해 위기에 대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한미 통화스왑에 대해 "외환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21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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