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68%…尹정부 재정지출 속도조절 필요

입력 2022/05/09 17:50
수정 2022/05/09 19:45
매경-한경연 위기지수로 본 윤석열정부 과제

수입물가·원화값·경기선행
7개 경제지표 합산해 예측
오후8시6분 '위기경보' 도달

4% 고물가·2% 저성장 상황
35조원 코로나 추경 풀리면
물가상승 더 자극할 우려

전문가 "불가피한 재정집행
10월이후 추진해야 부담덜어"
지방선거용 '퍼주기'도 경계
◆ 윤석열정부 출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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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물가 급등이 겹친 현상) 위기감이 촉발된 가운데 한국도 고물가,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5%대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한 2%대 경제성장률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공약 사항으로 출범 직후 추진될 35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대응이 급선무라던 새 정부가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엇박자 추경'을 단행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더라도 물가 대응이 용이한 4분기 이후로 분할 추진해 물가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원화 기준 수입물가 △달러당 원화값 △수입 증가율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재고 출하지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신용(빚) 비중 △GDP 대비 재정수지 등 경기와 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7개 지표를 가중합산해 위기경보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해 한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은 68%로 추산됐다. 이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상황을 자정으로 설정한 시계 모델로 전환해보면 3월 현재 시간은 오후 8시 6분으로 위기경보 수준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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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과 한경연은 국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위기경보지수와 함께 매월 광공업생산지수와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를 가중평균해 고물가, 경기 침체 위기 정도를 가늠하는 스태그플레이션압력지수를 개발했다.

이후 위기경보지수 값을 작은 값에서 큰 값 순으로 1단계에서 6단계 구간으로 나눈 후 구간별로 향후 12개월 이내 스태그플레이션압력지수가 위기 수준을 돌파했던 비중을 분석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위기경보지수가 지난해 12월 이미 5단계에 진입해 올해 안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 것으로 추산됐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26일 상품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앞으로 3년여 동안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1970년대 겪었던 물가 상승, 경기 후퇴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박이 예상보다 심해지고 있다"면서 "월간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에 근접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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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물가만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지원금과 손실보상 등 수십조 원의 현금 지원이 핵심인 추경은 대부분 이전지출로 GDP 상승 효과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물가상승률만 키울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이후 현재까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추경을 통해 지출된 예산 규모만 168조원(2차 추경 포함)에 이른다. 대규모로 늘어난 추가적인 재정지출로 인해 시중 금리가 오르고,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을 늘린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를 가중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2차 추경 이후 추가적인 재정 소요에 대해서는 적어도 물가 기저효과를 볼 수 있는 10월 이후로 분할 추진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3%대에 진입해 11월(3.8%)과 12월(3.6%) 잇달아 3%대 중후반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4분기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적인 재정지원책도 직접 현금 지원보다는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 등 초저금리 대출 지원을 적극 활용해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 기간 지방선거와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줄을 잇기 때문에 여야의 퍼주기 경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새 정부도 공약 사항을 수정하거나 후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관세 인하 등을 통해 공급물가를 낮추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관리 강화와 원화값 안정을 통해 수입물가 안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물가는 석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 경기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실질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틀을 짜라는 조언이 나온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추경안 편성은 자제하되 부득이한 경우 연말 이후로 분산해 물가 충격을 완화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 상승에 실질 구매력이 줄면 올해 성장률 회복 핵심인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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