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롯데마트 대표가 쌈채소 농가 직접 찾은 이유는

입력 2022/05/12 04:03
작년 하반기부터 6개 업체 방문
강성현 대표, 건의사항 직접 청취
공급사 "납품량 늘려 달라" 요청에
"계열사 추가납품 돕겠다"며 화답

"마트가 강점 있는 신선식품 집중
식당가도 직영체제로 바꿀 구상중"
41806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오른쪽)가 경기도 용인 소재 아라네영농조합을 방문해 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치커리를 직접 맛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마트]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아라네 영농조합 하우스에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다리를 굽혀 앉은 채로 재배 중인 치커리를 맛보고 있었다. 이곳은 2014년부터 롯데마트에 쌈채소를 공급해왔다. 이곳 하우스 50동에서 생산되는 연간 700t 규모의 쌈채소가 거의 대부문 롯데마트로 공급되고 있다.

"맛이 신선하고 좋네요. 전혀 농약을 안 친다고 하셨죠? 쌈채소 재배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강 대표)

"여름에는 쌈채소 소비량이 배로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 난감합니다. 인건비가 올라서 사람을 쓰기도 쉽지 않고요. 또 하우스 온도가 너무 오르면 상추가 녹기도 해서 손이 많이 갑니다.


"(조영준 아라네영농조합 생산자)

강 대표는 쌈채소 포장 공장으로 이동하자는 담당 임원의 말에 "조금만 더 보고 갑시다"라며 하우스 몇 동을 더 둘러봤다. 적상추 적겨자 쌈케일 오크립 청치커리 쌈추 등 재배 중인 채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후 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포장 공정을 살펴보고 사무실에서 조아라 아라네영농조합 대표, 조영준 생산자와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가 "롯데마트와 거래가 대부분인데, 납품 물량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자, 강 대표는 "롯데마트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타 계열사와 공동으로 납품받는 아이템을 선정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추가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조 대표는 "최근 인건비가 많이 올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자, 강 대표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운영하는 동반성장 상생펀드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통해 금리 감면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 우선 돕겠다"고 했다.


납품업체 담당 MD(상품기획자)에게 얘기할 경우 여러 보고 단계를 거치며 건의 사항이 왜곡되거나 변질될 소지가 있지만, 대표가 직접 건의사항을 청취하면서 공급업체의 애로사항이 가감 없이 전달된 것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업체를 직접 찾아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방문한 업체만 오리온, 매일유업 등 6곳에 이른다. 강 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어느 가공식품 업체에선 마트 대표가 회사를 찾아온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을 하더라"며 "대형마트 업계가 그동안 공급사와 소통하는 데 소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와 파트너사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보다 양질의 공급업체들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공급사 현장을 찾아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향후 롯데마트 변화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너비(width)는 좁히고 깊이(depth)는 더 깊게 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며 "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신선식품과 주류 부문은 깊게 파고 들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대형마트 식당가를 새롭게 재편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재 외부 업체와 5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맺는 방식의 식당가 운영방식에 손질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트렌드 변화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요식업 분야"라며 "10년 간 한 식당이 마트에 자리를 틀고 있는 방식으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식당가를 마트 직영체제로 바꿔서 변화의 흐름을 곧바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