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현장 이야기] 끝내지 못한 일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

입력 2022/05/13 08:01
심리학서 말하는 자이가르닉 효과
사람은 마무리 못한 일 오래 기억해
부정적인 경험 마주보고 털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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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면 중간에 게임 광고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게임 광고에서는 대부분 간단한 미션을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데 '왜 저렇게 간단한 것도 못하지'라며 답답한 생각이 들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우리는 성공하고 마무리 지었던 일보다 실패한 일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또는 '미완성 효과'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던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수많은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는 웨이터들이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방에 주문을 전달하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식사를 마친 후 자신에게 음식을 가져다준 웨이터에게 어떻게 그 많은 메뉴를 외워서 전달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웨이터는 그녀가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이가르닉은 간단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 164명을 A와 B그룹으로 나누고 간단한 과제를 냈다. A그룹은 아무런 방해 없이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B그룹은 과제를 도중에 바꾸거나 방해를 해 과제를 마치지 못하게 했다. 실험을 마친 뒤 자이가르닉은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어느 정도 기억하는지 물었다. 방해 없이 과제를 마무리한 A그룹은 32%만이 정확하게 과제를 기억했지만 과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B그룹은 오히려 68%를 기억해냈다.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인간은 마무리 지은 일보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계속 되뇌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이가르닉 효과를 종종 경험한다. 한창 재미있게 진행되던 드라마가 가장 중요하고 긴박한 장면에서 갑자기 끝나게 되면 시청자들은 마무리되지 않은 장면을 오래 기억하며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


영화도 마지막 1~2분 동안 새로운 복선을 보여주며 다음 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은 '더 생각해 보기'와 같은 과제를 수업을 마치기 전에 제시함으로써 공부한 내용을 계속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잊고 싶은 기억을 오히려 계속 생각나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리시우핑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원은 80명을 대상으로 가장 최근에 겪은 슬픈 일을 적어보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그 글을 그냥 제출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는 봉투에 넣어 봉인하도록 했다. 그 결과 그냥 제출한 그룹에 비해 봉인한 그룹이 아픈 기억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봉인하는 행동이 지난 슬픈 일에 마침표를 찍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당했거나 심한 갈등을 겪으면 쉽게 잊지 못하고 졸업한 후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리적 충격이 완전히 마무리가 되지 않아 기억의 회로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친구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자. 그래야만 용서받을 수 있고 상처받은 친구가 부정적인 자이가르닉 효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조성백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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