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이언스] 세제 화학구조는 지용·수용성 갖춘 '두 얼굴'

입력 2022/05/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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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나 계면활성제는 수용성 물질과 지용성 물질이 함께 결합돼 있어 기름때와 물때를 같이 씻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소위 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주고받는 호흡이 맞을 때 '케미가 좋다'고 한다. 케미는 영어 'chemistry'의 줄임말로, 화학반응만큼이나 서로가 잘 어울리게 결합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케미가 형성되는 건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 모든 물질도 다양한 형태의 결합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두 물질이 만나서 생기는 변화를 반응이라고 한다.

Q. 물질은 서로 어떻게 반응하게 되나요?

A. 두 사람이 만나 서로 호감이 생기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친화적인 감정, 즉 반응이 생긴다. 물질이 반응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우선 물질끼리 만나야 한다. 그리고 서로 부딪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물질의 양을 충분히 넣은 후 열을 가하는 방법이 있다.


높은 온도에서는 물질 속 분자 간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분자들이 빠르게 충돌하는 힘을 이용해 새로운 결합을 촉진할 수 있다.

Q. 물질의 결합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크게 '원자 간의 결합'과 '분자 간의 결합'으로 나뉜다. 여기서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그 내부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진다. 분자는 두 개 이상의 원자가 붙어 물질의 성질을 띠는 가장 작은 입자다. 먼저 원자 간의 결합에는 이온결합, 공유결합, 금속결합이 있다. 이온결합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전기적으로 서로 결합한 것으로, 대표적으로 소금(Na+Cl-)이 있다. 공유결합이란 원자 사이를 둘러싼 전자를 함께 공유한 결합 형태로, 수소기체(H2)가 그 예다. 금속결합이란 전자를 이용해 금속 원자들을 결합한 결정으로 금(Au)이 이에 해당한다. 분자 간의 결합에는 수소결합과 반데르발스 결합이 있다. 수소결합은 산소나 질소와 같은 원자들 사이에 수소가 끼어 있다. 컵에 가득 찬 물이 볼록 솟아 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표면장력'이나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이러한 수소결합으로 만들어진다. 반데르발스 결합은 모든 분자끼리 순간적인 정전기적인 힘으로 약하게 결합된 구조다.


연필심의 주성분인 흑연은 단층 구조로 분자 간 반데르발스 결합을 이루고 있어 쉽게 밀리기 때문에 우리는 연필로 글을 쓸 수 있다.

Q. 고체 액체 기체 중 가장 반응이 잘 일어나는 물질은?

A. 물질의 반응은 환경조건에 따라 상대적이다. 분자 간의 거리로 비교를 한다면 고체가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유동성이 없어 고체 분자들끼리 만나기는 어렵다. 가열 시 점성이 있는 액체가 되거나 탄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염화칼슘처럼 반응성이 상당히 높은 고체도 있다. 눈을 녹이는 제설제로 쓰이는 이유다. 기체는 분자 간의 거리가 멀지만 온도나 압력을 조절하면 반응을 제어할 수 있다. 액체는 고체와 기체 등 다른 상태의 물질을 녹이는 등 서로 잘 섞이고 열을 가할 수 있어 반응이 잘 일어난다. 하지만 액체라도 물과 기름처럼 분자 간의 극성이 맞지 않으면 섞이지 않아 반응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Q. 물과 기름은 왜 섞이지 않나요?

A. 극성은 원자 내 전자의 치우침 정도를 뜻한다. 주기율표상 수소, 탄소, 산소 순으로 전자를 당기는 힘이 커지는데 이로 인해 전자가 치우치면 극성이 생긴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기름은 탄소와 수소로 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물은 기름보다 극성이 크다.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린다는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물질도 극성이 비슷해야 섞인다. 물에 잘 섞이는 물질을 '수용성', 기름에 잘 섞이는 물질을 '지용성'이라 부른다.

이러한 반응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이 세제나 계면활성제다. 이들은 수용성 물질과 지용성 물질이 함께 결합돼 있다.


한쪽의 지용성 물질은 기름과 반응하고, 물로 세척할 때는 수용성 물질과 반응해 전체적으로 기름때와 물때가 같이 씻겨 나가는 것이다.

Q. 과정을 못 봐도 물질에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알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이전보다 물질의 에너지가 낮아지면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에너지에는 엔탈피(enthalpy)와 엔트로피(entropy)라는 요소가 적용된다. 물질이 반응하면 엔탈피 측면에서는 열에너지는 낮아지고, 엔트로피 측면에서는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설탕으로 예를 들어 보자. 설탕은 탄수화물의 한 종류고, 탄수화물은 탄소(C), 수소(H), 산소(O)로 이뤄져 있는 Cx(H2O)y의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이다. 구조식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에 쉽게 녹는 물리적 반응이 생긴다. 고체 설탕이 녹는 과정에서는 용해열이 발생해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만약 설탕을 기름에 넣는다면 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잘 섞이지 않고, 에너지 전후 변화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설탕을 가열하는 화학반응을 가정해보자. 설탕은 열에 녹다가 기체가 발생하면서 까맣게 탄소만 남게 된다. 이를 분자식으로 표현하면 C12(H2O)11(고체)→12C(고체)+11H2O(기체)가 된다. 열에 의해 반응하면서 기체가 발생하고,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즉 반응 전후의 엔탈피와 엔트로피를 안다면 물질에서 일어난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Q. 원자나 분자 간 결합이 아닌 반응도 있나요?

A.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결합돼 있다. 이 결합 에너지는 무척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과학의 발달로 원자핵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됐다.

먼저 가속기를 이용해 입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가속시킨다. 이후 충분한 에너지를 얻게 된 입자를 원자핵과 충돌시키면 양성자와 중성자 수에 변화가 생기고, 원소 종류가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1.5V 전지 1000만개를 합쳐놓은 에너지로 가속시킨 양성자를 산소와 충돌시키면 산소 안의 중성자가 나오면서 산소는 불소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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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한국원자력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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