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리자니 물가 자극, 놔두자니 혈세투입 우려…전기료 진퇴양난

입력 2022/05/13 18:59
수정 2022/05/13 20:44
1년 손실액 30조원 전망까지
◆ 한전 역대최악 적자 ◆

한국전력의 사상 최악적자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는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실제 2008년 한전이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자 당시 정부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에 따른 하반기 급격한 요금상승 요인 완화를 위해 '고유가극복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668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 제3조에 명시된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한 지원 사업'을 근거로 한 것이다. 대규모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전기료 인상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부담하거나 아니면 세금 지원을 통해 간접적인 형태로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전기료를 올릴 경우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료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최근 본지 기고문을 통해 "한전의 과도한 적자가 계속될 경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올 1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원자재가격 부담을 한국전력이 대신 짊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원자재가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잇따른 전기요금 동결로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한전으로 전가됐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기업(비금융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작년 대비 15% 오른 226조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기업의 원자재 가격 부담이 한전에 전가됐고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기업들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 하반기 기업들의 이익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이후 국내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하면서 국내 수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올 1분기 에너지 부문 무역수지 적자는 385억달러로 사상 최대지만 한전이 받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 제외 무역수지는 작년 1분기를 바닥으로 견조하게 흑자 규모가 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한전 적자를 바탕으로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일부 헷지(손실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그 원인 중 하나가 한전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에 대한 증권업계 전망치(컨센서스)는 17조원대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연료비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계속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증권사는 최대 30조원대 영업손실을 추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4일 보고서를 내고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30조300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전이 그동안 쌓아온 수익인 이익잉여금 29조4000억원(작년 말 기준)과 맞먹는 규모다. 1961년 창사 이후 60년간 벌어온 수익을 한 해에 다 까먹는다는 의미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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