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청소년 뇌건강 이야기] '머리 좋아지는 약'은 동화같은 얘기

입력 2022/06/10 08:01
기면증·주의력결핍 치료제 등
한때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
인터넷 통해 불법매매 이뤄지기도
처방 없이 복용 땐 심각한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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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뇌의 3%밖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100%를 다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것이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시험 기간에 해야 할 공부는 많은데 시간이 부족할 때 공부 잘되는 약, 한 번만 봐도 척척 암기가 되는 약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던 기억이 있다.

꽤 흥미롭게 봤던 영화 '리미트리스'에서는 스마트 약으로 인생이 바뀌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슬럼프에 빠져 마감 전날인데도 한 장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무능한 작가였지만 어느 날 우연히 스마트 약을 먹고 나서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게 된다. 또 다른 영화 '루시'에서도 거짓말처럼 뇌의 모든 부분이 100% 활성화되는 마약 같은 스마트 약이 등장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지속적으로 과다 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학령기 아동 청소년의 ADHD 유병률은 3~8%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초등학생의 5%가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고, ADHD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30~70%에 이른다. ADHD는 주로 주의력 부족, 충동성, 과잉 행동이 핵심 증상이지만 집중 효율성 저하나 반응 억제의 어려움 등과 같은 실행 기능 저하가 특징적이다. 우리 행동에 대해 실행 지시를 내리는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소문난 것은 '콘서타'와 같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다. 의사 처방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 매매가 이루어졌다. 식약처는 ADHD 치료제를 건강한 청소년이 먹으면 키가 자라지 않는 성장 지연이나 강박증, 환각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통, 울렁거림, 식욕 부진, 수면 장애도 흔히 생기는 부작용이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되는데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세로, 흔히 졸음과 함께 갑작스러운 무기력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년기에 시작되며 대부분이 30세 이전에 시작된다고 한다. 기면증 치료제 '모다피닐'도 한때 공부 잘하는 약, 머리 좋아지는 약, 수능 약 등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았다. 국내에서는 기면증 확진을 받은 환자만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문의 처방에 따라 구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수입, 양도, 판매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모다피닐 복용 후에 부작용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통이 심하며 속이 더부룩하고 피부 발진,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는 기면증 환자들도 있다. 피곤함과 졸음을 없애고 학습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그냥 아무나 사 먹을 수 있는 자양강장제와 같은 약은 아닌 것이다.

중추신경각성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암페타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각성제인 '프로비질'은 1970년대 처음 발견되어 프랑스와 미국에서 군사 임무 수행 시 쓰였다. 이러한 약은 잠을 깨울 뿐 인지능력과 신체기능 저하를 초래했고 공격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되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등 이상 증세가 빈번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머리가 좋아지는 약은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부작용 없이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없다. 단기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응용력과 문제해결 능력까지 높여주지는 않는다. 특히 중추신경각성제의 오남용은 약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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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근 이앤오신경과 원장·전 순천향대학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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