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한계기업 비중 15.3%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아…도산제도 정비해야"

입력 2022/06/14 13:57
수정 2022/06/14 13:58
한은 "코로나 대응 지원 해제로 취약기업 파산 가능성 커져"
"채무조정 활성화·제도 개선 필요…채무기업 도덕적해이도 막아야"
코로나19 위기로 한해에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은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향후 금융 지원조치가 정상화될 경우 이들의 파산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업 채무조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기업 채무조정 제도 개선에 관한 글로벌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5.3%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상장기업으로 범위를 좁힌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의하면 한계기업 비중은 1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4%)보다 5.5%포인트 상회한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2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기업의 파산이 증가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과다부채 기업 및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이 증가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현재화되면서 부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과다부채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도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채무조정제도 정비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이후 주요국은 원활한 기업 채무조정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채무조정제도를 개편했다. 회생가능한 채무조정 기업의 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 호주 등은 채권자의 권리행사 유예, 채무자 기업 이사의 책임 면제, 채무자 기업의 거래 보호 등을 개시했다. 채무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영국, 독일 등은 법원의 인가 시 일부 채권자의 반대가 있더라도 채무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법원의 강제인가 제도를 도입했다. 호주, 싱가포르는 중소기업의 채무조정 절차를 간소화해 중소기업의 법률비용 부담을 완화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법원외 채무조정 등 기업 채무조정제도가 주요국에 비해서도 우수한 편이나 최근 주요국의 관련 제도 개선 사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 채무조정 활성화, 도산실무가 제도의 한시적 도입,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외 채무조정 확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최소화를 위한 장치 강화 등과 같은 보완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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