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자장사' 비판에…은행 "정치가 금융상식 깨선 안돼" 반발

입력 2022/06/23 17:41
수정 2022/06/23 19:55
"은행들 공공기능 역할해야"
이복현 금감원장 또 쓴소리
권성동 "고통분담 함께해야"

예대마진은 3월부터 하락
"정치가 금융상식 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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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한목소리로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과도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에게 받는 대출이자 수익을 줄여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최근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이 커지는 마당에 은행마저 수익이 줄어들면 경기 침체기에 '방파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지나친 포퓰리즘 성격의 압박을 중단해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할 수 없으나 은행의 공적인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구조)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우리 헌법과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어떤 역할이나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가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대출자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이 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 만나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은행들의 이익 추구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여권에선 물가·금리 급등과 함께 원화값이 하락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시중은행과 정유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주 물가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은행권 예대마진'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데 이어 정치권 압박도 점점 세지고 있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 가계부채가 가정 경제와 국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시중은행의 과도한 폭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며 "시장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고통 분담을 함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예대마진 지적에 앞서 은행권에선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고금리 예금 상품을 출시해 이익 축소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지난 21일 차주 이자 부담을 낮춰준다면서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낮췄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한다. 우대금리를 올리면 대출이자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은 최근 2개월 연속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2021년 12월 1.55%포인트에서 지난 1월 1.80%포인트로 크게 올랐다. 지난 2월 1.8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예대금리 차는 3월 1.76%포인트, 4월 1.70%포인트로 주춤해졌다.

일각에선 포퓰리즘으로 인해 금융 상식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 확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은행들은 치열한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만큼 예대마진을 축소해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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