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순 前부총리 추모 물결…尹대통령도 직접 조문

전경운 기자이희조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2022/06/23 17:42
수정 2022/06/23 22:59
정운찬 "선생님 칠판은 예술 작품"
김중수 "현실떠난 학문 안돼 강조"
이창용 "고인의 지혜 되새겨볼 것"
◆ 조순 前 부총리 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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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부총리의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을 신년 기획으로 전한 매일경제신문 2018년 1월 2일자 지면.

"지난 행정부나 지금 행정부나 경제학자가 사회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경제학자가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가 프라이드(자신감)를 갖도록 조순 선생이 많이 유도해 주셨다."

23일 별세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가장 가까운 제자 중 한 명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같이 회고했다. 정 전 총리는 "조순 선생께서는 영어, 독일어는 물론 한시에도 막힘이 없었다"며 "선생의 내공으로 가득 찬 칠판은 '가장 지적인 예술 작품'이었고 이를 지우면서 강의를 복기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이후로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때 서울대 경제학과에 조순 선생이 오셔서 우리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조 전 부총리는 1967년부터 서울대에서 강의했는데 66학번인 정 전 총리를 비롯해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박정희학술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김승진 한국외대 교수, 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박기봉 비봉출판사 대표 등이 그의 제자다. 학계에서는 이들 제자들을 묶어 '조순학파'로 칭한다. 조 전 부총리는 생전에 조순학파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단지 따르는 학생이 많은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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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이창용 총재는 별세 소식에 "경제학자로서는 물론이고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시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제게 가르침을 준 스승이기도 하고, 지금 한국 경제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고인의 여러 지혜를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중수 전 총재는 조 전 부총리를 실용주의자로 표현했다.


김 전 총재는 "제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현실을 떠난 사회과학은 완전하지 않다고 보신 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67학번인 좌승희 원장은 조 전 부총리가 해외에서 현대 경제학을 정규과정을 통해 제대로 배워 온 최초의 서울대 교수였다고 학문적 업적을 소개했다.

서영경 금통위원도 "조 전 총재께서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 고전 등도 섭렵하셔서 총재로 부임했을 때도 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셨다"고 회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 경제가 갈림길에 있을 때마다 기본에 충실하며 바르게 갈 수 있는 정책을 늘 고민하셨던 고인의 모습이 선명하다"며 추모했다.

추 부총리는 "고인을 경제부총리 비서관으로 모실 때 보여주셨던 온화하고 인자하셨던 모습, 밝은 미소가 오늘 더욱 그립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 경제가 정도를 걸으며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고인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일화를 소개했다. 박 전 원장은 "점심을 사준다고 해서 만났더니 서울시청 구내식당으로 데려가더라"며 "청렴하고 곧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전경운 기자 / 이희조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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