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값 하락은 수출호재라던데…기업들 "옛말된지 오래"

입력 2022/06/23 17:46
수출입 기업 전부 울상

치솟은 원자재값에 고유가
경기 침체까지 겹쳐 '3중고'

유화업계 세계 수요 위축에
정기보수 앞당겨 공장 스톱
항공업계는 환손실 눈덩이
◆ 원화값 초비상 ◆

유가 강세, 경기 위축에 원화값 하락까지 '삼중고'가 덮치자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같은 물건을 수출하더라도 달러로 표시한 물건값이 하락해 수출 물량이 늘어 결과적으로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데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큰 폭의 원화값 하락이 수출 호재로 먹혀들 환경이 아니라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이뿐만 아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제품 생산량을 줄이는 건 물론이고 투자 계획 유보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지경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 같은 '겹악재'로 연일 울상이다.


국내 일부 석유화학사들은 공장의 정기보수 기간을 앞당기는 고육지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장을 아예 멈춰야 하는 정기보수를 기왕이면 대내외적 여건이 가장 안 좋을 때 하겠다는 계산이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원료 상승분이 곧바로 가격에 반영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줄어드니 원화값 급락이 호재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공장들은 이달 말 정기보수를 끝내고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지만, 문제는 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사들 역시 원화값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내려갈 때마다 41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보유한 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차감한 순외화부채는 41억달러 수준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그만큼 원화로 환산한 장부상 평가손실이 생기게 된다. 또 국내 항공사는 항공기를 구입하거나 리스할 때 이에 대한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반면, 소비자로부터 항공 이용료를 원화로 받기 때문에 달러당 10원의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연간 190억원 상당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항공 업계는 원화값 약세에 더해 고유가 충격까지 겹쳤다. 대한항공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800만배럴 규모의 유류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2억8000만달러(약 3600억원)에 달한다.

[이윤재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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