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도 환갑에 베트남 축구팀 맡았다…청년들, 과감히 도전하라"

김대영 기자, 이승훈 기자, 서진우 기자, 전범주 기자, 안병준 기자, 이용익 기자, 오찬종 기자, 박윤구 기자, 강인선 기자, 박민기 기자
입력 2022/06/23 17:47
수정 2022/06/24 11:14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

미지의 땅서 기회 잡으려면
문화적 마찰부터 극복해야

베트남 선수 관리할 때도
현지 관습 존중에 최우선

내 언행이 한국인에 피해줄까
말 한마디 할때도 항상 조심
◆ 매경 글로벌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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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30회 매경 글로벌포럼에 참석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명한 축구공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박형기 기자]

"나이 환갑에 타국에 가는데 왜 두려움이 없었겠어요. 그러나 제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대한 자부심으로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에게도 과감히 도전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23일 열린 제30회 매경 글로벌포럼에 참석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도전을 통해 성공의 기회를 쟁취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볼 수 있지만 본인이 생각한 것만큼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철저한 준비와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맡은 뒤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전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2회 연속으로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베트남 축구의 '최초' 타이틀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 언어와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르고, 아들뻘인 베트남 청년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여서 베트남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도 '박항서 리더십'에 주목했다. 박 감독은 성공 요인으로 '문화적 마찰 없애기'와 '솔선수범'을 꼽았다. 선수단에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한 박자를 쉬고 신중히 행동에 옮겼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해와 갈등의 골을 키울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베트남 문화와 관습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지 문화를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을 고수했다.


체지방이 부족한 선수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아침에 쌀국수만 먹는 식습관을 단백질 위주 식단으로 바꿨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베트남 측 인사들에게 박 감독의 인기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참석자들이 그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예외 없이 줄을 섰을 정도다. 박 감독은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이미 베트남에선 방탄소년단(BTS)에 버금가는 최고의 민간 외교관이었다.

박 감독은 공산당 등 고위 인사들과 만날 때도 한국 기업과 한인 동포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푸토에서 경기가 있었을 때 성장 등 지역 지도자들을 저녁에 잠깐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푸토에만 우리 기업이 150개 정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 기업을 잘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양국 관계가 잠시 서먹해진 것에 대해 "문화적 이해 부족에 따른 오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다낭에 입국한 한국인을 일시 격리하면서 시설과 식사 상태가 열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식사로 제공했는데, 이를 두고 "부실했다"는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베트남 국민들의 반발을 더욱 샀다. 박 감독도 "반미는 베트남의 주식인데 음식 문화 차이에서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혹시라도 제 언행이 현지 교민들에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각별히 더욱 조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감독 계약기간이 내년 1월 말까지인 박 감독의 올해 목표는 오는 12월 열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2022'에서 결승에 진출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박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7연패를 하니 베트남 언론과 축구협회에서 난리였는데, 제가 직접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한국 속담으로 그들을 설득했다"며 "제 자신에게 축구 감독으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일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박 감독은 "10월이면 베트남에서 지낸 지 만 5년이 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이지만 아직 베트남에서 할 일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마친 후 시각장애인 후원 활동을 한 것을 약간 벤치마킹해 베트남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돕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특별취재팀 = 김대영 산업부 부국장(팀장) / 이승훈 기자 / 서진우 기자 / 전범주 기자 / 안병준 기자 / 이용익 기자 / 오찬종 기자 / 박윤구 기자 / 강인선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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