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비사업 돋보기] 대법원 가는 '여의도 광장아파트 재건축'…통합일까, 분리일까

입력 2022/07/01 04:03
1·2동과 나머지 3~11동
별개로 사업계획 승인됐지만
관리는 줄곧 공동으로 이뤄져

1심서 하나의 주택단지 인정
2심은 "3~11동 분리 가능"
원심 뒤집어, 최종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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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매경DB]

여의도는 아파트 위주 주거문화가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 빠르게 형성된 지역 중 하나다. 출발이 빨랐던 만큼 노후화된 단지들도 많다. 단지 노후화에 따라 자연히 재건축이 거론됐지만 그동안 여의도 재건축의 진척 상황은 답답하리만치 더뎠다.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소유자들 간 갈등하던 시기도 있었고, 재건축 연한을 다 채우고 나서도 시장 과열을 우려해 정책적 차원에서 여의도 재건축 계획이 억제된 측면도 있다. 최근 여의도의 대표적 노후 단지인 삼부아파트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여의도 재건축이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고 사업이 가시화되면 불가피하게 관련 소송도 생기기 마련이다.


재건축을 둘러싼 분쟁들은 대개 전형적·반복적인 특성을 보여 축적된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소송의 경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여의도 광장아파트의 분리 재건축 소송은 같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사정이 비슷한 여의도 내 다른 아파트 단지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해당 소송은 하나인 듯 두 개인 듯 아리송한 광장아파트 단지의 태생적 특성 탓이 크다. 광장아파트 1·2동과 나머지 3~11동 사이에는 폭 25m의 '여의나루길'이 지나고 있어 시각적으로 뚜렷이 분리돼 있다. 1·2동과 나머지 동들이 자리 잡은 대지도 지번이 다른 별도 필지로 구분된다(1·2동의 대지는 38-1, 나머지 동의 대지는 28). 단지의 물리적 형상이 이렇다 보니 광장아파트가 과연 하나의 단지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광장아파트를 하나의 단지로 여기게 만드는 사정도 많다. 최초 분양공고나 분양계약은 1·2동과 나머지 동을 전혀 구분하지 않았다. 입주권 배정을 위한 동·호 추첨도 전체 동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진행했고 평당 분양가 역시 같았다. 사업시행자가 같았음은 물론이다. 동별로 부여된 번호도 1동에서 11동까지 연속돼 있다.


28번지에 있었던 테니스 코트도, 이후 그 테니스 코트를 개조해 만든 주차장도 입주민 전체가 사용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의도 광장아파트'라는 단일 명칭으로 불렸고 거래되었다. 하나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등 단지 관리도 통일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렇듯 하나의 단지로 볼 만한 요인과 별개 단지로 볼 요인이 뒤섞여 있는 경우 혼돈에 빠지기 쉽지만 우리 대법원은 하나의 단지인지를 명확히 가르는 기준을 정립해두었다. 하나의 주택단지인지는 '하나의 사업계획 승인'에 의해 형성되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조성되었으면 하나의 주택단지, 별개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조성되었다면 별도의 주택단지로 파악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간명한 기준에 따르면 광장아파트는 하나의 주택단지로 파악하기에 곤혹스러운 구석이 있다. 1·2동과 나머지 동의 최초 사업계획 승인이 별도로 났기 때문이다. 이후 각 사업계획 승인이 같은 날짜에 변경되었고 변경을 계기로 두 개 사업계획이 하나의 계획으로 합쳐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단지인지는 몰라도 '사업계획 승인 개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별도 단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광장아파트를 두 개의 단지로 못 박은 것은 아니다. 도시정비법이 주택단지 개념을 다양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비록 하나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탄생하지는 않았더라도 준공 이후 입주민들에 의해 하나의 단지로 관리돼왔다면 그 관리행위의 실질을 존중해 하나의 주택단지로 인정할 수 있다. 1심과 2심 법원 역시 하나의 사업계획 승인에 기초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입주 이후 줄곧 공동으로 관리돼왔다는 점을 근거로 광장 아파트가 하나의 주택단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장아파트가 공동 관리를 통해 하나의 단지가 됐다는 판단은 같았지만 1심과 2심의 승패 선언은 정반대였다. 1심은 공동 관리에 근거한 하나의 주택단지라는 점을 중시해 1·2동과 나머지 동을 나누어 따로 재건축을 시행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분리 재건축의 싹을 잘랐다. 2심은 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소송의 결론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장아파트 1·2동과 나머지 동이 공동 관리를 통해 하나의 단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해도 애당초 별개의 사업계획 승인으로 조성된 별개 단지임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주택단지 개념을 다양하게 인정함으로써 재건축을 촉진하려는 도시정비법의 정신에 비추어 공동 관리를 기준으로 한 주택단지 범위로 재건축을 추진할지, 아니면 사업계획 승인을 기준으로 한 주택단지 범위로 재건축을 추진할지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맞게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항소심 판결은 단지 개념의 다양화를 근거로 형식적 측면에선 단지별 재건축 원칙을 관철하는 듯하지만, 공동 관리를 통해 하나인 주택단지를 사업계획 승인 기준을 적용해 두 개 단지로 파악하고 각각 재건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분리 재건축'을 허용했다. 분리 재건축 허용에 관해 1심과 2심이 반대 결론을 내렸던 사안인 만큼 공을 넘겨받은 대법원이 어떤 판단에 이르게 될지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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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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