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무 큰 돈" vs "턱없이 부족"…9620원 최저임금 논란 확산

이상현 기자
입력 2022/07/03 08:01
수정 2022/07/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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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책정한 것과 관련,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모두 아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용자 측은 현행 최저임금도 부담이 된다는 입장인데 노동계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최저임금위의 표결을 거쳤으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이 불참하고 사용자위원 9명이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전체 재적 인원 27명 중 최저임금 표결에 찬성한 이는 12명이었다.

불참과 기권 처리 등 표결 절차부터 순탄치 않았던 만큼 노사 양측은 최종 결과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제일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의 지불 능력인데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5%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으로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9620원은 그야말로 절망·분노스러운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시급 기준)은 ▲2016년 6030원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 ▲올해 9160원 순으로 인상되어 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0% 오르고, 2017년도보다 48.7% 오르는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표면적으로는 1만원 폭을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주휴수당을 더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962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내년도 실질 시급은 1만1544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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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9410∼9860원을 제시한 지난달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가 휴정과 개의를 반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때문에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주휴수당만이라도 없애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수칙으로 매출이 급감한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술장사하는 사람이 2년 동안 밤에 장사를 못했다. 대출받고도 어려워서 가게를 작은 곳으로 옮기고, 직원도 내보내고 했다"며 "이제 조금 일해보려 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너무 심하다"라고 토로했다.


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점주 B씨는 "직원을 한 명만 써도 100만~150만원이 우습게 나오는 데 한 명만 가지고 어디 장사를 할 수 있느냐"며 "식자재비도 오르고, 대출 이자도 상당하다. 주휴수당만이라도 제발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외식비를 비롯한 각종 소비자물가 상승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표결된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더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취업준비생 C씨는 "주휴수당을 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점주의 돈이 소중한 줄을 알면 직원의 돈이 소중한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동의 대가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C씨는 이어 "물가가 오른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이 부담스러워진 소상공인들이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이하로 나눠 '쪼개기 알바'를 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근무시간이 주 15시간 이하이면 수당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노동부는 내달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로 일선 현장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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