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빼돌렸다하면 '억'대급"…돈 만지다 횡령 사고 내는 금융권

입력 2022/07/03 14:01
수정 2022/07/03 15:32
4대 은행 장기 미거래 예금 16조 육박
"또 금융사고 가능성 있어…재점검 해야"
58160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우리은행 614억원, KB저축은행 94억원, 모아저축은행 59억원, 새마을금고 40억원, 지역 농협 70억원, 50억원, 신한은행 2억원.

최근 7개월 사이 적발되거나 자수해 알려진 각 금융회사 내부 직원의 단일 횡령 사고 규모다. 일각에서는 억대 연봉이 많은 금융권에서 사고가 터졌다하면 횡령 단위도 기본 '억'대급이라는 조소도 나온다. 금융회사 자체 조사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횡령한 자금의 주요 사용처는 주식, 코인, 도박 등으로 크게 압축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돈을 다루는 금융권인 만큼 횡령 사고로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4대 은행 장기 미거래 예금 15조8000억원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서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예금이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우리은행 등에서는 장기 미거래 계좌와 관련한 횡령 사고가 뒤늦게 확인됐다. 장기 미거래 계좌가 거액의 횡령 등 금융사고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에서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전혀 없는 장기 미거래 예금은 총 15조7676억원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는 1년 이상 3년 미만이 총 11조2513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5년 이상 거래가 전혀 없는 예금도 2조3818억원이나 됐다.

예금잔액별로는 1억원 미만이 9조715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5억원 이상 장기 미거래 예금은 3조2716억원이었다.

김 의원은 "장기간 거래가 없는 예금의 경우 담당자가 마음을 먹고 서류를 조작해 자금을 빼돌리면 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며 "최근 금융사고가 오랜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계좌에 대한 관리 부실과 같은 내부통제 제도의 미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사고는 10년 만에 드러났고, 새마을금고 직원의 범행 기간은 16년, KB저축은행 직원은 6년간 자금을 빼돌렸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하거나 미비하면 내부 직원이 작심하고 저지른 횡령 등 금융사고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장기 미거래 예금에 대한 관리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금융사고 가능성을 사전 예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사고 매년 되풀이…금감원 "조만간 대책 마련"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으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한 해만 봐도 최소 181억원 규모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 등 7개 업권의 금융사 68곳에서 적발된 사기,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도난·피탈 등 금융사고는 총 40건이었다. 사고 금액은 총 18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산업·SC제일·씨티·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총 28건, 161억3000만원으로 금액 기준 전체 사고의 70%를 차지했다.

최근 5년(2017년부터)까지 이런 금융사고를 추적하면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횡령한 임직원은 174명에 달했다. 횡령액은 총 1091억8260만원이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91명, 횡령 규모는 808억341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등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