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근마켓에 수백만원 시계가…정부 '꼼수 탈세' 과세 검토

입력 2022/07/03 17:47
수정 2022/07/04 06:31
'개인 중고거래 비과세' 악용
중고 위장한 고가명품 팔며
세금 내지 않는 사업자 늘어

플랫폼업체에 거래정보 요구
기재부, 부가세법 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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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의 한 이용자는 지난해 해당 플랫폼에 가입한 후 지금까지 400건이 넘는 중고거래를 했다. 수백만 원대 고가 명품시계부터 가전까지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팔고 있는 이 이용자는 같은 모델의 제품도 2~3개씩 올려 판매한다. 이 이용자가 중고 제품을 팔기 위해 올려놓은 게시글만 100개가 넘는다.

정부가 세금 탈루 목적으로 중고거래를 가장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활성화로 중고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자 이를 '꼼수 탈세'에 악용하는 사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가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 등에 정부가 사용자의 거래 내역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한 사용자를 솎아내고,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물게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상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자는 부가가치세 10%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이 있으면 근로·이자·배당 등과 함께 종합소득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6~45%)도 신고하고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업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고가 물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개인 간 중고거래 형태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6배 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활성화에 따라 이용자도 급격히 늘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은 회원 수가 2200만~25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국세청의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나 골드바까지 수시로 거래되자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 3사는 최근 국세청 요청에 따라 사업자나 사업자로 추정되는 이용자에게 현행법에 대해 안내했다. 안내문에는 "중고거래 이용 시 통신판매를 업으로 하는 경우 세법에서 정하는 사업자 등록, 현금영수증 발행, 세금 신고 및 납부 의무가 있다"며 "불이행 시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서비스 이용 시 참고하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정부는 중고거래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 과세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인터넷 카페나 재판매(리셀) 등 정부의 행정력이 닿을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실제 과세가 이뤄지기까지는 논의할 사항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거래 형태를 포괄하는 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과세당국이 중고거래 이용자를 사업자로 판단할지는 기존 부가세법상 사업자 판단의 대원칙인 계속적·반복적 거래 여부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고거래가 상당히 일반화된 만큼 판매 액수나 거래 횟수 등 구체적 기준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정안은 거래 자료를 확보해 (해당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크림' '솔드아웃' 등 리셀 중개 플랫폼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운 기자 / 안병준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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