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색코뿔소 글로벌 경제로 돌진…세 마리 블랙스완 배회한다

입력 2022/07/04 17:35
수정 2022/07/13 20:34
가능성 커지는 경기침체
이번 하반기에 중대 갈림길


눈앞의 위험 회색코뿔소
금리 올려도 물가 안 잡히면
경기침체 필연…내년 큰 충격
전 부문 부채 감축 과정에서
남유럽·남미 금융위기 뇌관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
우크라 전쟁이 확전되거나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세계 공급망 완전 마비 위기
급성장 디지털은행도 불안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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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두 마리의 회색코뿔소와 세 마리의 블랙스완이 밀려오고 있다."

회색코뿔소는 예측할 수 있는 위험, 블랙스완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상징한다. 회색코뿔소와 블랙스완의 파급 효과가 진정되기까지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승리할 것이고, 금융시장도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것"이라고 항상 얘기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견해는 줄곧 틀려왔다. 이제는 '경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 때다.

◆ 두 마리 회색코뿔소 : 경기침체와 부채 위기


회색코뿔소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마땅히 대처하지 않고 바라만 보다가 큰 충격을 받는 위험을 말한다.


현재 시장을 위협하는 두 마리 회색코뿔소는 '경기침체(리세션)'와 '부채 위기'이다.

리세션 공포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는 통화당국 간의 강대강 대결 과정에서 점점 다가오고 있는 첫 번째 회색코뿔소이다. 아직까지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소비 여력이 충분하고 고용시장도 견조해서 미 연준이 실물경제의 큰 희생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가계가 통화 긴축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소비 여력도 크게 위축될 공산이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반기 세계 경제는 성장은 위축되고 물가도 놓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그나마 물가는 잡히지만 성장 위축을 피할 수 없는 스태그네이션이 기본 시나리오가 된다.

리세션이 올지는 중앙은행과 인플레이션 간 승패가 확인되는 하반기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한 통화 긴축은 지속될 텐데, 긴축의 시간이 길수록 리세션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제압되지 않는다면 통화 긴축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이 실물경제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물가의 고삐를 잡을 수 있다면 리세션의 공포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면 리세션의 공포는 현실화될 수 있다.


두 번째 회색코뿔소는 부채 위기이다. 정부, 가계, 기업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늘어난 부채는 이제 '빚잔치'만을 남겨둔 채 세계 경제에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부채는 전기 대비 3조3000억달러 증가한 305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로는 348%로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경우 정책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1년 후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율 수준이 0.3%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막대한 유동성과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끌어다 썼다. 이제 유동성을 회수하는 국면에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위험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부채 위기는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한계 부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부채 상황으로만 보면 이번 위기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 브라질이나 헝가리 등 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부채를 감축시키는 디레버리징 과정이 심하게 일어나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통화당국 간의 공방을 보면 이런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많이 든다. 동물의 세계에서 회색코뿔소 무리는 '충돌(crash)'이라고 불린다. 회색코뿔소 한 마리가 달려들 때는 요령껏 피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침체, 유로존 재정 위기, 신흥국 외채 위기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세 마리 블랙스완 : 글로벌 공급망 붕괴, 금융사발 신용 위기, 디지털 금융 시스템 붕괴


블랙스완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위기,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상징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에는 세 마리의 '검은 백조'가 날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우리 앞에 나타나 우리를 당황시킬지 모르는 존재들이다.

첫 번째 블랙스완은 서방과 반서방의 물리적 충돌(확전)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황이며 좀처럼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무너뜨릴 치명타를 상정한다면,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양자 간 직접 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 대만 또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극단적 상황에서는 '자원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핵심 자원의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마비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러시아의 에너지, 우크라이나의 식량, 중국의 핵심 원자재, 중동의 석유 등의 글로벌 공급이 중단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두 번째 블랙스완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등으로 인한 신용 위기이다. 2008년 위기 이후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은행 부문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파산했던 베어스턴스나 AIG, 리먼브러더스 등의 실태는 파산 직전에 이르러서야 외부에 알려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개별 금융기관들의 재무 위험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은 신용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상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전통 은행들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다수의 디지털 전문 은행이 신규 진출한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 위험은 디지털 금융 시스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 및 영란은행)의 서베이에 따르면 현지 금융기관들은 사이버 공격을 최대 시스템 리스크로 평가하고 있으며 '디지털 팬데믹' 가능성을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IMF는 주요 사이버 공격 대상으로 가상자산 예치금 지갑(wallet keys)을 지목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의 경우 사이버 공격 후 예금자 보호 및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연쇄 인출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이나 루나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상자산 가격 변동은 전통적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정확한 리스크 파악이 어려울뿐더러 일부 가상자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의 경우 투자 손실은 물론 규제 강화로 신용 공여가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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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 정리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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