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정악화로 국가신인도 흔들릴라"…尹정부 건전재정 급선회

입력 2022/07/04 17:41
수정 2022/07/04 19:35
조세재정연구원 "한국 309조 순채무 국가" 경고

고령화·복지 지출 급증 여파
올 나랏빚 1064조로 치솟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
文정부땐 "기준 이하, 괜찮다"
연금자산 GDP 40% 달하는 韓
실제 재정여력은 더 떨어져

尹, 이달중 국가재정회의 개최
재정준칙을 법에 명문화할 듯
◆ 재정건전성 빨간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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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가채무의 규모와 비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여력이 있다. 그러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채무와 수지가 악화하는 속도에는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11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사회가 재정건전성의 기준점으로 삼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넘지 않는 국가 채무, 3% 미만의 통합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 적자다. 아직 국제적 기준선에 못 미쳤으니 안전하다는 게 전 정권과 당국자들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일으킨 '재정 착시'를 걷어내면 한국은 이미 309조원이 넘는 순채무 국가 대열에 진입한 상태다.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여력 및 건전성 관련 지표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은 그간 정부가 공식 집계하지 않았던 일반정부 순채무를 시범적으로 계산하면서 이 같은 재정 착시를 지적했다. 통상 국가 재정 상태를 판단할 때는 일정 기간 수입과 지출을 따지는 재정수지와, 국가의 빚이 쌓인 정도를 가늠하는 채무를 살펴본다. 여기에다 일반정부 순채무는 국가가 실제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자산 등 재정 여력을 측정한다.

일반정부 순채무는 한 국가의 총채무에서 금융자산을 뺀 값이다. 코로나 19 이전인 2019회계연도 기준 한국의 총채무는 GDP 대비 42.2%인 약 810조8000억원, 금융자산은 43.9%인 842조원이다.

총채무에서 금융자산을 차감하면 자산이 채무보다 31조2000억원 많은 순채권 상태다. 그러나 사회보장성 기금의 보유 자산을 금융자산에서 제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연금(727조원)을 포함한 사회보장성 기금의 총 금융자산은 780조원이다. 이 중 일반정부 순채무 계산에서 금융자산에 포함된 액수가 약 341조원이다. 341조원을 빼고 일반정부 순채무를 다시 계산하면 한국은 순채권국이 아닌 309조4000억원 규모의 순채무국이 된다. GDP 대비 16.1%에 이르는 액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종면 전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보장성 기금의 비중을 감안하면 한국의 재정 여력은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평가됐을 수 있다. 또 전력 같은 공공부문의 부채가 정부가 아닌 공기업 재무 상황에 반영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 여력은 더욱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이 같은 재정적 특성은 적립식인 공적연금 구조 탓이다. 공적연금 제도가 오래된 독일과 프랑스 같은 서방권 주요 국가는 매년 보험료를 걷어 연금으로 다시 지출하는 부과식 구조다. 연기금에 쌓여 있는 금융자산 비중이 작은 이유다. 사회보장성 기금의 금융자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40.6%인 반면, 독일(4.2%)·프랑스(15.43%)·이탈리아(4.94%)·캐나다(17.28%) 등은 비율이 낮다. 다만 일본(45.85%) 같은 나라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회보장성 기금의 금융 자산은 미래 노후 계층의 연금급여로 지불이 예고돼 부채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재정 착시를 차치하고라도 한국의 재정 악화 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고령화와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최근 5년간 표를 의식한 현금 살포성 정책,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8~2012년 국가채무는 309조원에서 443조1000억원으로 약 140조원 늘었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3~2017년에는 489조원에서 660조원으로 170조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 중 국가채무는 무려 400조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965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는 1064조원이다. 이미 국가채무는 GDP 대비 50%를 넘어섰고 통합재정수지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세가 확실시된다.

국가가 갚아야 할 국·공채와 차입금 같은 확정 부채와 연금충당 부채를 비롯한 미래 비확정 부채를 합한 국가부채는 지난해 2196조원으로 2200조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는 2016년 1433조원에서 5년 만에 2196조원으로 730조원 넘게 급증했는데 연금충당 부채만 1138조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문재인정부는 중앙정부 총지출도 역대 정부 대비 급격히 늘었다.

본예산 기준 이명박정부는 2008년 257조2000억원에서 325조4000억원으로 약 70조원 늘었고 박근혜정부 시기는 342조5000억원에서 400조5000억원으로 약 58조원 늘었다. 반면 2021년 정부 지출은 558조원,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으로 확정한 올해 본예산은 607조7000억원으로 5년 새 207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재정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국제신평사들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도입과 재정건전성 기조를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재정 악화로 인한 국제신용등급 강등은 글로벌 자금의 대규모 이탈까지 초래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 주재할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가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한국의 재정건전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재정준칙의 엄격화·단순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주목된다. 재정기준을 충족하는 요건인 재정준칙 산식과 재정한도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끌어올려 위상을 높이고 차기 정부에서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연내 법제화가 추진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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