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받을사람 다 받았나…햇살론 대출금액 최고 30% 줄어

명지예 기자신찬옥 기자
입력 2022/08/03 17:30
수정 2022/08/04 10:30
서금원 4대 정책서민대출 실적
올 상반기 작년대비 13% 줄어
"대상요건 까다로워 수요 정체" 주장도

정부 '125조 금융지원' 앞두고
지원대상·한도 등 논란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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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실직한 20대 유 모씨는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카드와 소액대출로 생활비를 해결했다. 설상가상 집까지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재취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몇 달간 수입이 끊겨 당장 생필품을 사기도 힘들어졌다. 더는 대출받을 길이 없어 해결 방안을 찾던 유씨는 '햇살론유스'라는 상품을 알게 됐다. 그는 "마침 특례보증 기간이어서 3.5% 고정금리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되더라"며 "20분 만에 대출을 신청했고 열흘 만에 대출을 승인받아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가 이용한 햇살론유스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저소득 청년층의 생활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다.


서금원은 햇살론유스 외에도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등 다양한 대출상품을 지원한다. 그런데 올 들어 이런 정책상품 대출자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나아져 한계 대출자가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이에게 자금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기준을 완화하면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준비 중인 125조원대 금융지원 정책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서금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행된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유스, 미소금융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 대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9%나 줄었다. 특히 햇살론15 대출 실행액은 올해 상반기 3871억원으로, 대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했다. 실행 건수도 6만8000건에서 5만1000건으로 25% 줄었다.


같은 기간 근로자햇살론 또한 금액으로는 9.4%, 건수로는 7.9% 감소했다. 햇살론유스는 지원 규모를 1000억원 확대해 올해 상반기 실행 건수가 늘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대출 규모는 줄었다.

최근 정부가 취약한 대출자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늘리겠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서금원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경기도 정상화하면서 정책자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상자가 무궁무진하게 나오는 건 아니니 받아가야 될 분들은 2~3년 동안 코로나19와 맞물리며 다 받아가셨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 요건이 소득·신용점수 등으로 까다롭게 설정돼 있어 이용자가 더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근로자햇살론, 햇살론유스 등은 올 상반기 실적이 더 좋다. 반면 햇살론15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더 낮았다.


햇살론15는 2019년 9월 출시된 상품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최저신용자가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민행복기금 보증 상품이다. 처음에는 '햇살론17'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햇살론15'로 변경되며 대출 금리도 연 17.9%에서 연 15.9%로 낮아졌다. 햇살론17이 출시된 해인 2020년 상반기에는 4923억원(7만4000건)이 실행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871억원(5만1000건)이 집행되는 데 그쳤다.

더 많은 서민에게 혜택을 주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원 대상을 늘리려고 요건을 완화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위해 마련 중인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도 비슷한 논란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빚을 갚기 어려운 차주들의 채무를 조정하고 일부 한계 차주의 채권을 정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출 원금을 60~90% 감면해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원금 탕감'은 채무 불이행자의 채무 조정과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이지만, 새출발기금은 지원 대상 기준을 최고 30억원(채무 원금 기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명지예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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