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전 지속하려면 고준위 방폐장 연구개발 시급"

입력 2022/08/07 17:16
수정 2022/08/07 20:36
고준위 방폐장 R&D 좌담회

고도화된 방폐물 시설 구축
원전 지속 핵심과제로 꼽혀
현재 폐기물만 1만8천t 수준
건설 및 기술확보 서둘러야

자연 냉각에 안전성 입증된
건식 저장기술 개발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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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식 단국대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서기웅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 조창열 두산에너빌리티 상무(왼쪽부터)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고준위 방폐물 R&D 로드맵 좌담회` 토론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선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원자력발전의 위상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처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으로 원전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전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의 처리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기술과 시설을 확보하지 않고선 지속적인 원전 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달 '고준위 방폐물 연구개발(R&D) 로드맵'을 발표하고 2060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방폐물 기술 확보전에 본격 돌입했다.


매일경제가 고준위 방폐물 처리 기술 연구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주요 과제를 진단하기 위해 마련한 지상 좌담회에선 고준위 방폐장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좌담회에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서기웅 장관정책보좌관(국장), R&D 로드맵 검토를 맡은 이병식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조창열 두산에너빌리티 상무가 참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방폐장이 없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한 이래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처리장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폐기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다. 서기웅 국장은 "원전 정책의 기본 전제는 '안전'"이라며 "고준위 방폐물 1만8000t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시급히 방폐장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각 원전 본부의 임시 저장시설은 줄줄이 포화를 앞두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고리·한빛원전은 2031년, 한울원전은 2032년에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훈 교수는 "원자력발전이 존재하는 한 원전 비중의 확대·축소와 관계없이 고준위 방폐장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후 관리가 필요 없는 방식으로 인간·자연환경과 영구하게 격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창열 상무는 "새로운 '후행 핵주기 사업'이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한 원전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식 저장 방식'에 R&D를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를 습식으로 저장한다. 물을 채운 저장조에 사용 후 핵연료를 넣고 열 교환기를 통해 물을 순환시키면서 냉각하는 구조다. 좁은 면적에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지만, 전원 차단으로 냉각 기능이 떨어지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건식 저장은 금속·콘크리트 용기에 고준위 방폐물을 담아 공기를 통한 자연 대류로 냉각시키는 구조다. 외부 전원이 따로 필요 없으며, 전원이 없기 때문에 냉각 기능이 떨어질 일도 없다.


정 교수는 "1975년 미국에서 상용화한 이래 사고 사례가 전무한 건식 저장 기술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한 바 있다"며 "약 5년간 습식 저장을 통해 냉각한 고준위 방폐물을 건식 저장하는 것이 안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33개 원전 운영국 가운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24개국은 건식 저장시설을 건설·운영하고 있다. 이 중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을 만든 나라가 22개로 대부분이다. 이 병식 교수는 "선도국에서 먼저 상용화해 안전성이 입증된 건식 저장과 관련해 국내 기술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R&D가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 실질적인 일감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계가 사실상 고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 상무는 "원전 확대 기조 속에 원자력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원전 건설보다 사용 후 핵연료 사업이 업계에 가장 빠르게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핀란드, 프랑스 등 선도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R&D 로드맵을 철저히 보완하겠다"며 "10월께 개최되는 원자력진흥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로드맵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폐장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목표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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