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2조 사우디 원전 수주전…사실상 한·러 2파전 압축

입력 2022/08/10 17:53
수정 2022/08/10 20:13
美회사 핵심기술 쓴 K원전
미국과의 협력이 최대 관건
◆ 사우디, K건설 새 먹거리로 ◆

정부가 오는 11월을 전후로 한·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담을 추진함에 따라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 수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과 12조원 규모 원전 사업을 본격 재개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간 만남이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와 외교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의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원전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사우디는 지난 5월 한국과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1.4GW 규모 원전 2기의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다. 이후 사우디 원전 수출을 준비해온 정부로선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우디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원전업계에서는 사우디 원전 사업에서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공급단가가 상당히 높다는 점, 중국은 사막에서 원전을 건설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면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사우디 역시 이러한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등을 통해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그럼에도 한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사우디가 이란의 핵개발을 견제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이 이를 이유로 사우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는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은 나라는 우라늄 농축 등을 할 때 미국 정부와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의 수출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사우디에 APR1400을 수출하려면 미국 측 허가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은 원천 기술에 관한 내용을 문제 삼으며 한국에 수출 시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물밑에서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한미 원전 협력은) 사우디뿐 아니라 해외 원전 사업 진출 때 한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도 사우디 원전 사업을 러시아가 따내는 것보다 한국이 수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손익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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