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대착오적 '총수 친족범위' 줄인다

입력 2022/08/10 17:57
수정 2022/08/10 20:15
공정위, 특수관계인 축소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줄여
기존 규제 대상자 9000명서
절반 수준인 4500여명 될듯
◆ 총수 친족규제 완화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규제의 기준 역할을 하는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대폭 축소한다. 현행 혈족 6촌, 인척 5촌 이내인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로 각각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1987년 총수의 친족을 중심축으로 하는 특수관계인 규정이 시행된 이래 가장 큰 폭의 축소다. 지난해 기준 9000명에 육박했던 60개 대기업 총수의 친족 수가 4500여 명 수준으로 줄어 기업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공정위는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음달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연내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및 자료 제출 과정에 곧바로 반영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5촌 당숙(할아버지 형제의 자녀)과 6촌 재종형제(당숙의 자녀) 등은 총수의 친족에서 제외됐다. 인척 관계에선 3촌에 해당하는 처삼촌·처조카까지가 친족에 포함된다. 총수의 친족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해 주식 소유 현황 등 지정된 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경미한 자료 누락은 경고처분을 받지만, 중대성이 큰 고의 허위 신고의 경우 총수가 검찰에 고발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특수관계인은 계열사 여부나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대기업 규제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간 친족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유력한 기업인들이 자료 누락을 이유로 공정위 조사를 받거나 검찰에 고발당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제도 시행 이래 총수의 친족 범위는 2009년 혈족 8촌 이내에서 6촌으로 단 한 번 축소되는 데 그쳤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국민 인식과 비교해 친족 범위가 넓고 이들을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총수의 지배력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친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도 친족으로 지정할 길을 열었다. 다만 총수와의 사이에 법률상 자녀(친생자)가 있는 경우에만 친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에 한국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