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기업이 카지노·골프장 왜 뛰어드나…민간에 매각해야"

입력 2022/08/11 17:56
수정 2022/08/11 21:10
체육공단·한국문화진흥·GKL
공익 목적 활용 설득력 약해

한전 눈덩이적자 벗어나려면
정치적 입김부터 배제를
◆ 경제전문가 릴레이 제언 ③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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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무상태가 부실한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유사 중복조직 통폐합, 경영평가 강화 등 개혁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1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공익성이 떨어지는데 민간기업과 경쟁하며 돈을 버는 공공기관의 사업은 하지 않는 게 맞는다"며 "특히 골프장, 호텔, 카지노 사업은 중단하거나 민간에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골프장과 호텔 사업,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이 하는 카지노와 한국문화진흥에서 벌이는 골프장 사업이 이 같은 사업의 대표 사례"라며 "공공기관이 공익 목적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돈을 벌면서 이 수익으로 체육·관광진흥 등 공익적 목적에 쓰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 개혁 연구부문의 권위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그의 발표문을 인용하며 공공기관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전용 판매처인 행복한백화점도 개혁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알뜰주유소는 주변 민간 주유소의 제품 가격을 낮춘다는 점에서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공공기관이 앞장서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의 책무는 민간 주유소끼리 담합을 단속하는 것이지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행복한백화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물건을 직접 팔 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불공정성을 없애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익성은 있지만 수익성이 적은 사업을 벌여 공공기관 적자가 쌓이는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도 제시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민간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사업을 거론하며 "LH가 저소득층을 위해 저가에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 국한된 주택 바우처 지원 대상을 중산층 수준까지 확대해 주거비를 지원하면 사업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민간기업도 뛰어들 여지가 생긴다"며 "임대주택에 저소득층만 산다는 인식도 개선되며 슬럼화나 지역주민 반발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영난에 대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도 정치적 입김으로 전기요금 발이 묶이며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며 "의사록을 공개하는 등 요금 결정 과정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과 기능 조정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매뉴얼)을 고치라는 조언도 내놨다. 박 교수는 "재무 평가지표를 강화하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배점은 줄이는 게 맞는다"며 "조직 내에 조정할 기능이 있는지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해 방만 경영 내용이 있으면 매년 감점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영평가 편람은 공공기관의 이듬해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다. 편람에 따라 평가 방식과 내용, 결과가 달라지고 기관별 등급과 임직원 성과급, 기관장 거취까지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다음달 경영평가 편람을 수정해 올해 실적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는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오히려 개혁에 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기관별 사정이 제각각 다른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직원 몇 %씩을 줄이라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원을 동결하되 퇴직자 등을 활용해 자연 감축에 나서는 게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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