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북에서도 벼 이모작…비결은 땅심 키우는 '복합유기산'

입력 2022/08/12 06:31
수정 2022/08/12 07:21
부안군 동진면에서 이달 초 벼 수확 '대풍'
비결은 발효작용 활용한 과학적 토양관리
홍원바이오, 우유 원료로 천연유기산 공급
골프장에 뿌리면 한여름에도 그린 잔디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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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동진면에서 벼 이모작에 도전하고 있는 김진배 농부가 이번에 수확한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달 4일 전북 부안군 동진면 들녘. 넓은 벼농사 지역이다보니 녹색의 향연이다. 한창 볕이 좋을 때여서 벼가 쑥쑥 자라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이미 누렇게 변한 것이 유독 눈에 띄는 논이 있다. 가까이서 보니 벼가 익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아닌가. 다 익은 벼에는 알곡이 주렁주렁 달렸다. 농부는 콤바인으로 추수에 한창이다. 벼베기를 추수(秋收)라고 하는 건 가을에 이뤄지기 때문일 텐데, 한 여름에 무슨 일일까.

알고보니 여기는 벼농사 이모작을 시도하는 곳이었다. 비결은 복합유기산을 이용한 토양발효농법에 있었다. 한 마디로 땅심을 높여 벼를 잘 자라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벼 이모작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김진배 농부. 그는 지난 5월 초 시험포 논 600평에 극조생종 벼인 '빠르미' 모를 심었다.


벼를 잘 자라게 하려면 무엇보다 토양에 힘이 있어야 했다. 그가 모내기 직후 홍원바이오아그로의 천연유기산 '나락왕'을 두차례 뿌린 이유다. 김 농부는 "알곡이 엄청 튼실하게 영글다보니 600평 논에서 이번에 3000kg 정도를 수확했다"며 "흔한 말로 대박"이라고 즐거워했다.

그는 추수 후 이틀이 지난 뒤 다시 모내기를 했다. 같은 극조생종 빠르미다. 10월 말에는 두번째 추수를 할 예정이다. 물론 이번 이모작에서도 핵심은 복합유기산을 활용한 토양발효농법이다. 그는 이번 가을에 이모작 성공을 확인한 뒤 내년엔 2만평 논 전체에서 이모작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복합유기산이 뭐길래 한국에서 벼 이모작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 물질의 원료는 우유였다. 박영철 홍원바이오아그로 회장의 설명이다.

"첫 단계는 우유로 요구르트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다음에 요구르트를 2년간 저온에서 숙성 발효시키면 젖산이 됩니다. 이 젖산이 바로 복합유기산입니다. 이 물질은 토양에서 발효 작용을 하는 게 특징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생물은 보통 산소가 있어야 발효가 되지만 젖산은 산소 없이도 발효가 되기 때문에 땅 밑에서 혐기 발효 작용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생산한 복합유기산은 토양에서 클러스트(집합체)를 형성시킵니다. 덕분에 토양의 밀도를 성기게 하면서 땅을 살려 뿌리가 활발하게 생육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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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홍원바이오아그로 회장이 경남 함양군에 있는 복합유기산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형기 기자]

박 회장은 "복합유기산은 사람에게 있어서 보약과 같은 식물의 영양제라고 보면 된다"며 "축산과 양식에서 항생제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고, 유기농 농작물 재배에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복합유기산은 잔디 관리가 생명인 골프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바이오비탈'이라는 이 복합유기산을 사용하는 골프장은 뜨거운 여름철에도 그린 잔디가 파랗고 생생하게 유지된다. 박 회장은 "우유를 원료로 만든 복합유기산 토양 개선제는 전세계적으로도 우리가 유일하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국 수십여 골프장에서 입소문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별도로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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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동진면에서 김진배 농부가 재배한 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박 회장이 복합유기산 개발에 나선 건 퇴비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퇴비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부숙이 잘 안된 퇴비로 인해 곰팡이가 피거나 뿌리가 썩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토양의 힘을 좋게 하려면 토양내 발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젖산(유기산)이 바로 그런 작용을 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 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딸이었다. 줄기세포 과학자인 딸이 미생물 분야 학자 2명과 함께 박 회장의 개발을 돕고, 효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적극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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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홍원바이오아그로 회장이 전북 부안군 동진면에서 수확한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복합유기산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벼 이모작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이유다. 박 회장은 이미 전국 쌀 전업농지역연합회 회원 농가 중심으로 복합유기산 공급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복합유기산을 공급한 논 면적이 대략 860만평에 달한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가 지금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곡물자급률은 20%에 그치지 않느냐"며 "품질 좋은 쌀에 대해 생산성을 높이면 논에서 다른 작물을 재배해 전체적인 곡물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나락왕의 성분인 복합유기산을 논 토양에 시비하면 토층에서 발효 작용이 일어나 유기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논에 녹조(이끼)가 생성되지 않아 탄소중립 시대에 저탄소 농법을 실천하는 것에도 잘 부합한다"고 밝혔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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