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도 허점 노린 '불법 코인 개인거래' 기승

입력 2022/08/12 17:43
수정 2022/08/12 20:33
자금추적 '트래블룰' 우회
개인간 '테더' 사고팔아

중개마진 챙기는 해외거래소
대다수는 사업 허가 안 받아
투자자 보호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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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분이면 테더(USDT)를 살 수 있습니다."

최근 코인투자자 A씨는 코인 커뮤니티에 이러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테더는 1개당 1달러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할 때 법정화폐 대신 사용된다. A씨가 이용한 방법은 개인 간 거래(P2P)다. 해외 거래소가 인증한 판매자가 거래소 중개를 통해 테더를 판매한다. A씨는 이 거래로 단 3분 만에 손쉽게 테더를 얻었다. 이 같은 방식의 거래가 확산되면 자금세탁, 외화 불법 유출 등을 막기 위한 트래블룰을 피해 가는 것은 물론 외국환거래법 등 각종 불법행위도 조장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울러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없어 사기를 당하는 등 위험이 우려된다.

12일 코인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P2P 방식의 코인 구매가 유행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방식을 찾는 직접적 이유는 '트래블룰'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트래블룰 시스템을 거친다. 금액이 크면 수시간까지도 송금이 지연된다. 또 국내 거래소들은 보이스피싱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디지털 자산 출금 지연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 오늘 돈을 입금하면 해외 거래소로는 내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P2P 방식 코인 거래는 이러한 과정이 대거 생략된다.

기자도 실제 A씨 방식을 따라 해봤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MEXC(멕스시)라는 이름의 해외 거래소를 활용했다. 특히 MEXC 거래소는 P2P를 통한 테더 구매를 직접 중개한다. 이 거래소는 테더 판매자들이 모두 거래소가 인증한 브로커들이며, 거래를 위해 충분한 보증금을 지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테더 판매자들은 '저렴한 USDT' '매청남' '안전 최고' 등으로 광고했다.


판매자들은 한 번에 8000만원까지 테더를 판매한다. 판매 방식에는 계좌이체, 신용카드도 있고, 카카오페이를 통한 송금도 존재한다. 거래소가 직접 구매옵션으로 카카오페이를 보여주는 식이다. 베트남 국적으로 보이는 응우옌 씨에게 카카오페이로 13만원을 보내자, 거래소 지갑으로 100USDT(1USDT=1달러)가 입금됐다.

거래가 쉽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도 있다. 먼저 이 같은 방식이 투자자들에게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MEXC의 경우 판매자들을 검증했고,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USDT를 에스크로 형태로 거래소가 동결해두니 믿고 거래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중개하는 MEXC는 애초에 국내에서 사업허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거래소다. MEXC는 미인가 거래소임에도 한국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미신고 해외 거래소는 한국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없다. 미신고 상태로 꼼수 영업을 하는 거래소에서는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가 어렵다.

불법 외화 유출의 위험도 크다. P2P 거래 방식은 환치기와 같다.


거래 방식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테더 구매자는 국내에 있는 판매자에게 원화를 입금한다. 판매자는 테더를 해외 거래소상에서 입금해준다. 해외로 자본이 유출된 셈이다. 환치기는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다. 자금세탁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금융당국이 코인으로 인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지난해 트래블룰을 마련했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송금하면 트래블룰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MEXC 같은 해외 거래소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움직임에 국내 코인거래소 빗썸은 최근 MEXC를 포함해 페멕스, 쿠코인 등 비슷한 문제가 있는 거래소들에 대한 코인 출금을 중단했다. 금융위는 미인가 거래소가 △한국어 서비스 지원 △내국인 대상 마케팅·홍보 등을 하는 경우 국내에서의 해당 거래소 접속 차단, 거래소 앱의 앱마켓 등록 해제 등 블라인드 조치를 할 수 있다.

금융위는 특히 이들이 투자자들이 브로커들을 통해 테더를 거래하도록 유도하고 카카오페이, 국내 신용카드 등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토대로 한국인 대상 영업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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