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장 다녀오겠습니다"…요즘 공무원들로 문턱 닳는다는 곳

입력 2022/08/15 11:32
수정 2022/08/15 16:33
71911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놓고 대대적 긴축을 추진하자 예산 배분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힘이 더욱 세지고 있다. 기재부 관료들이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매경DB]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대대적 긴축을 추진하자 예산 배분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힘이 더욱 세졌다. 확장재정에 나섰던 이전 정부에 비해 기재부가 뿌릴 수 있는 돈에 제약이 커지면서 각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예산 확보전에 사활을 걸면서다.

15일 관가에 따르면 제주도는 최근 도 본청과 제주시, 서귀포시 등에 '2023년 국비관련 문제·쟁점사업 기재부 예산담당부서 방문 절충 총력(재강조)'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최근 기획재정부 예산심사 동향 파악 결과 내년도 국비예산과 관련해 새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부처예산안에 대한 엄격한 지출한도 준수가 요구되는 등 국비예산 확보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실정"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특히 공문에는 "소관부처 예산안에 반영은 됐으나 기재부 심의 시 우선순위에 밀려 반영되지 못하고 있거나 일부만 반영되고 있는 사업 중심으로 반드시 기재부 예산담당부서를 방문해 국비반영 필요성 설명 및 설득작업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돼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국비를 타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니 도 차원에서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공문을 뿌린 것이다. 기재부의 '예산 파워'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가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이나 '고강도 허리띠 졸라매기'와 같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다니니 예산을 받아내야 하는 곳들은 말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예산 편성 기간동안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문서 결재함은 기재부 예산실 방문을 위한 출장 공문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대면 회의가 어려웠던 2020년과 2021년 기재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는 다소 한가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올해는 예산실 담당자를 위한 외부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정부는 문재인정부 5년간 연평균 8.7%에 달했던 예산 증가율을 5%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예산 소요까지 감안하면 신사업 추진은 커녕 기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지켜내기에도 벅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공무원은 "5년 내내 예산 편성 때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