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담대 정부상품이 절반…시장 왜곡 우려

입력 2022/08/15 17:31
수정 2022/08/15 20:00
상반기 은행 주담대 10조원 중
주금공 정책대출이 절반 차지
'안심대출' 실행 땐 비중 더 늘어

재원 마련 위해 채권 발행하면
실세금리 올려 부담 키울 수도
민간모기지시장 위축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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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정부가 취급하는 정책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치인 2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민간 은행의 주담대는 위축된 반면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상품을 내놓은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이 지나치게 부동산 금융에 쏠릴 경우 정부는 시장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며,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 이는 실세금리를 끌어올려 주담대 금리를 다시 올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789조원) 중 정책모기지 잔액이 155조원으로 집계돼 정책모기지 비중이 19.6%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 늘어난 은행권 주담대(10조원)에서 정책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정책모기지는 주택금융공사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출시한 상품으로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이 있다. 정부의 정책모기지는 주택을 구매할 때 고정금리 대출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해엔 20·30대 젊은 층이 '영끌' 매수에 가세하며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 판매 실적이 무려 23조3400억원에 달했다.

주택대출에서 정부의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보금자리론 금리가 연 5%에 가깝게 높아지면서 판매 실적도 작년보다 꺾이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가 17일부터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금리를 인하해 공급하기로 발표하면서 수요가 다시 늘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가구가 시세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현재는 만기 40년 기준 연 4.83% 금리가 적용되지만 정부는 이를 0.35%포인트 내려 연 4.5%대로 연말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을 9월부터 새로 공급할 방침이다. 금리 수준은 보금자리론보다 45~55bp(1bp는 0.01%포인트) 낮은 연 3.7~4.0%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정부가 내년까지 45조원 규모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해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인수하면 전체 은행권 주담대에서 정부의 정책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까지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은행이 아닌 정부를 통해 주택대출을 받는 셈이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 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는 정책금융을 통해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부 자금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리면 집값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장 기능을 위축시키고 주택 수요를 늘려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안심전환대출 같은 고정금리 상품의 중도 해지가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출시된 바 있지만, 이후 오히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중도 해지가 7만건 이상 발생했다. 아울러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 교수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리스크를 감내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리스크가 현실화될 때마다 정부가 모두 떠안아주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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