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 회사' 직원들은 좋겠네…상반기 한사람 당 1억씩 받아갔다

입력 2022/08/17 17:47
수정 2022/08/17 21:32
20대 대기업 상반기 임금·고용·실적 분석

고유가 대박 난 정유사들
SK이노 평균임금 83% 급등
S-OIL "작년 성과급 올해 지급"

R&D 인력늘린 LG디스플레이
고용 증가율 11%로 최고

대-中企 격차 더 커지고
임금인상으로 물가상승 우려
◆ 임금發 인플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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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작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으나 고용은 거의 늘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공기업을 제외한 매출 상위 20대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43만966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말 43만4328명에 비해 겨우 1.2% 증가하는 데 그친 셈이다.

2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연결 기준)은 711조75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9% 늘었다. 영업이익은 75조3075억원으로 34.9%나 증가했다. 기업의 실적 개선에 비해 고용 증가 속도가 훨씬 더뎠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였다. LG디스플레이 직원 수는 6월 말 현재 2만9445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8% 늘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해당 분야 직원을 많이 채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황이 개선된 LG화학(10.2%)과 HD현대(8.2%), 현대모비스(5.7%)가 LG디스플레이 다음으로 고용 증가율이 높았다. 인원수를 기준으로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회사는 삼성전자로 1년 새 6221명이 늘었다.

반대로 고용 감소율이 가장 컸던 기업은 상반기에 기업분할을 진행한 SK이노베이션으로 작년 2581명에서 올해 1346명으로 47.8% 감소했다. LG전자(-11.4%), KT(-5.7%)가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기업 SK온과 석유개발 사업 담당 SK어스온이 분사하면서 인력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자회사인 마그나 분사와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에 따른 희망퇴직 등으로 인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의 고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모든 20대 기업이 직원들의 평균 임금을 인상했다.

이 가운데 평균 임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단연 정유사였다. 20대 기업 중 에쓰오일(S-OIL)은 작년 상반기 평균 임금이 5461만원이었다고 공시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억77만원으로 무려 84.5%나 올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021년 성과급을 올해 상반기에 지급해 평균급여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 SK에너지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도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작년 상반기 4200만원에서 올해 7700만원으로 83.3% 급등했다.

GS칼텍스나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의 평균 임금도 각각 8571만원, 5400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59.2%, 10.2% 올랐다. 국내 주요 정유사 직원들의 반기 임금이 대체로 평균 800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정유사들은 상반기 급등한 원유 가격 덕분에 높아진 정제마진에 따른 수혜를 봤다.


정유사는 대개 업황과 급여가 연동되는 데다 매출 규모에 비해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급여 수준이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다.

이어 LG디스플레이(39%)와 SK하이닉스(38.2%) 등이 20대 기업 중 임금 상승률이 높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적자 전환했으나 지난해 실적 호전에 따라 임금을 올리기로 합의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라 상여금이 대폭 증가했다.

대기업들의 평균 급여가 높아지면서 기업발 인플레이션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20대 기업은 그나마 임금을 올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현 수준에서 버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20대 기업은 전체 고용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음지에 있는 중소기업의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개별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며 "하반기에도 임금 인상 요구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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