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루 아침에 1000만원 비싸진 아이오닉5…미국서 무슨일이

입력 2022/08/17 17:52
수정 2022/08/18 11:07
美, 자국산 전기차에 '꽃길'
보조금 최대 7500달러 지원
현지 생산 벤츠·BMW 포함
내년 업체별 지원 한도도 없애
테슬라·GM 영업 확대 길 터줘

현대차·기아 앞엔 '가시밭길'
국산 아이오닉5·EV6 앞세워
美 시장 점유율 2위 올랐는데
하루아침 보조금 '제로' 충격
현지 생산계획 급히 당길 필요
◆ 美 인플레 감축법 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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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북미 생산 전기차를 위주로 한 세제 혜택 등 총 4330억달러 재정지출과 7400억달러 세수 확보 계획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17일 전격 시행되면서 신형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 규모 세액공제 혜택이 북미 생산차량에만 계속 적용된다.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이나 기아 EV6 등에 대한 보조금은 17일부터 중단됐다.이로써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올 상반기 2위를 차지한 현대차·기아는 가격 인하 효과를 얻지 못하며 더욱 척박한 영업 환경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 초 시행을 예상했던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휴가 중에 백악관을 찾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 투자, 의료비 절감 등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율 부과,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1% 세금 부과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이 법에 따라 16일부터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친환경 신차가 아니면 더 이상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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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S 가이드라인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친환경차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부품(중국산 배터리 등)을 사용한 친환경 신차에는 올해 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최종 조립 기준은 곧장 이날부터 신차에 적용해버렸다. 다만 이미 전기차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면 16일 이후에 차량을 인수하더라도 기존 보조금 혜택이 적용된다.

이번 인플레 감축법은 기후위기 해결 방안으로 미국산 전기차 생산과 구매를 촉진하는 '바이 아메리칸' 방침을 담았다. 특히 모든 신형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기존 혜택을 북미 생산 전기차로 압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연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 2022∼2023년식 북미 생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21종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아우디, BMW, 포드, 크라이슬러, 루시드, 벤츠 등이 포함됐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은 제외됐다.

자동차혁신연합(AAI) 측은 기존 제도에서는 전기차 72종이 보조금을 받았지만 규정 변화로 앞으로 70%가 혜택을 못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테슬라와 GM 전기차들은 이미 대량 판매를 통해 보조금 한도 20만대를 모두 소진한 터라 올해 세제 혜택 대상에서 빠졌다.

미국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뿐 아니라 관련 부품·소재까지 철저하게 배제하고 미국산으로 바꾸려는 조치도 내려졌다. 배터리 원자재의 경우 미국,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제련한 비중이 40% 이상이면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비중은 2027년 80%까지 올라간다.

또 전기차 배터리 부품에 대해서는 북미에서 조립되거나 제조되는 비중을 내년에 50%로 맞춰야 나머지 보조금 3750달러를 받게 된다. 이러한 비중은 2029년 100%로 높아진다. 그러나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미국산 기준을 당장 충족하기 어려운 데다 갑작스러운 공급망 변경마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다. 특히 전기차 핵심 소재의 경우 대부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인플레 감축법은 제조사별로 묶어둔 보조금 지급 한도(20만대)도 내년부터 풀어주기로 했다.


현재 보조금 한도를 모두 소진해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테슬라와 GM이 전기차 판매 대수를 최대한 늘려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기지가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보릿고개를 버텨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온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일정을 예정보다 더욱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오는 10월부터, 'GV70 전동화 모델'을 연말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수출 중인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신차가 17일부터 보조금 없이 현지 소비자에게 팔리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에 따라 현지 친환경차 생산 전략에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전기차 현지 생산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다. 차량 생산 이전은 노사 간 합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국내 생산 확대를 이유로 미국 현지 친환경차 생산을 반대할 경우 사측으로서는 이들을 설득하는 일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시장조사 업체 클린테크니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위는 테슬라로 총 93만여 대를 판매했다. 60만대의 상하이자동차, 45만대의 폭스바겐그룹, 32만대의 BYD에 이어 현대차·기아는 21만여 대로 5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이 적은 편이지만 올해 들어 대폭 늘어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IRS 가이드라인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 감축법 적용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자 17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8% 내린 1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 밖에 현대오토에버(-5.86%), 기아(-4.02%)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서진우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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