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해관계자 배려한 공급망 시대…애플은 1100개 협력사 실사

개막식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 토론

애플, 환경·인권·안전 위해
협력사 직원 35만명 면담도 해
주주 외에 고객·지역사회 배려

경영학회 새로운 경영전략
대학·산업계와 공유 통해
韓기업 지속가능 공급망 추진
◆ 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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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회 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국내 38개 경영 관련 학회 소속 경영학자와 정·관계 인사, 기업인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여수 = 한주형 기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17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회 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경영학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좇던 '추종 전략'에서 벗어날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나아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전 세계 흐름을 선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직원, 고객, 지역사회 등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와 기업이 지향해야 할 목적지"라며 "기업 경영에서도 전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현 방법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한 회장은 "2019년 미국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도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전략이 없어 비판을 받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영학회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학술대회 주제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의 구현'으로 정하고 전략을 논의했다. 경영학회는 이 내용을 기반으로 10월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선포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한 회장은 "올해 관련 내용을 기업과 대학에 공유해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 전략이 접목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회에서는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과 제언이 쏟아졌다. 학계 전문가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대전환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지속가능 공급망 구축 △공시 표준화 △ESG 위험관리에 따른 의사결정 등을 제안했다.

양원준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산업화 초기 경영철학인 제철보국을 넘어 '함께 거래하고, 성장하고, 환경을 지키면서, 미래를 만들어 지역과 함께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기업시민 경영'을 소개했다. 그는 "2019년 기업시민의 개념과 지향점, 실천 원칙 등을 담은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하고 2020년엔 기업시민을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아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실천 가이드 CCMS를 제정했다"며 "포스코 전 임직원이 기업시민헌장을 실천하며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성과를 창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대식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 공급망'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종업원, 공급회사, 지역사회, 비정부기구, 정부, 주주 등 공급망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공급망이 바로 지속가능 공급망"이라며 "기후변화와 사회적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관점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의 총체적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테크기업 애플을 지속가능 공급망 구축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소개했다. 애플은 협력업체 경영진과 직원을 면담하고 현장점검, 자료 검토 등을 거쳐 협력업체들이 환경, 인권, 안전 등에 힘쓰는지 조사·평가·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2개국 1177개의 협력사 사업장을 현장 실사했으며, 35만여 명의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철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자율에 맡겨 구속성이 없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오염, 수자원·해양자원,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업 내외부 근로자, 지배구조, 위험관리, 내부통제 등을 담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보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시 기준 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여수 = 김대영 산업부장(부국장) / 이윤재 차장 / 원호섭 기자 / 진창일 기자 / 박윤구 기자 / 문광민 기자 / 서정원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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