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영난 심각한데, 직원 5명중 1명은 억대 연봉…공기업 어디길래?

입력 2022/08/18 17:44
수정 2022/08/19 11:19
직무급제 도입 속도내는 정부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12곳
근속 30년 넘은 직원 늘면서
직원 5명중 한명이 억대연봉

2030 직원들 불만 커지지만
공기업 직무급 전환 지지부진
◆ 공공기관 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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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억대 연봉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배경으로는 호봉제 중심의 보수 체계가 꼽힌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정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억대 연봉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 체계가 과도한 인건비 지출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임금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무급제를 정착시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8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에너지 공기업 12곳(한국전력·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가스공사·석유공사·대한석탄공사·광해광업공단·지역난방공사)의 전체 직원 수에서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17년(14.1%) 대비 7.2%포인트 증가한 21.3%로 집계됐다. 직원 5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연봉 1억원 이상 직원 수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 대해 "장기근속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연봉 1억원 이상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31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한전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5년간 이들 12개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내 직무급제 도입을 유도하고 나섰다. 직무급제는 직무의 난이도나 가치,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기준으로 급여에 차이를 두는 제도다. 직무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호봉제는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늘리고 세대 간 극심한 임금 격차를 초래하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호봉제는 나이가 들면 경력이 쌓인다는 관점에서 시작됐는데,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경력이나 전문성이 쌓이는 건 아니다"며 "직무급처럼 성과나 직무적 요소를 반영하는 쪽으로 보수 체계를 바꿔가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일한 만큼 받겠다는 2030세대와 '과거 노력한 만큼 대우받겠다'는 5060세대 간 임금 갈등도 상당하다"며 "이러한 문제 역시 직무급제를 통해 해소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2017년 34만5000명에서 2022년 2분기 기준 44만9000명으로 5년 새 10만명 넘게 늘었다. 총인건비도 2017년 23조2000억원에서 2021년 30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업무량이나 직무 난이도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의존하는 보수와 인사·조직 관리로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공정성이 저하됐다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직무능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선발 이후 보직, 승진, 교육훈련 등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해왔지만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직무급을 도입한 기관은 35곳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무급을 도입하는 공기업에 총인건비 인상이라는 혜택을 제시하면 노사 간 협상이 보다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 확산을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지표의 배점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직무 중심 보수 체계 전환'을 독립된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배점을 현행 2점에서 3~4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새 정부가 노동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공공기관을 통해 직무급제 도입이 확산되면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노동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의 불법 파업 원인으로 지목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원청과 하도급 근로자의 업무가 동일하거나 오히려 과중한데도 원청 근로자에 비해 하도급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훨씬 적은 처우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송광섭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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