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값 추락에…한은·국민연금 통화스왑 추진

이희조 기자
입력 2022/09/21 20:27
수정 2022/09/21 23:19
국민연금, 한은에 원화 맡기고
외환보유고 달러로 해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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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통화스왑 체결을 추진한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지속되자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왑 체결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은과 국민연금은 통화스왑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기관은 달러당 원화값 상황을 고려해 체결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 통화스왑이 체결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 원화를 제공하고 한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달러로 해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이 한은에서 달러를 구해 오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지 않아도 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왑은 원화값의 추가적인 추락(달러 강세)을 멈추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외환시장의 '큰손'인 만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값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할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하는데, 환헤지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헤지는 원화값 변동으로 투자 수익률이 영향받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투자 방식이다. 반대 개념은 환오픈으로, 국민연금이 취한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7월께 한은과 함께 국민연금의 환오픈 전략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정부 등의 우려에도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확대 방침을 고수해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자산 919조5536억원 중 해외 투자액은 4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해외 주식이 246조8000억원(26.9%), 해외 채권이 65조6000억원(7.1%), 대체투자가 106조4365억원(11.6%) 등을 차지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방침을 둘러싼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보유 규모가 27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로 2021년 한 해에만 600억달러 증가했다"며 원화 약세 원인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를 꼽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 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 증권 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통화스왑 추진으로 한은과 국민연금은 각각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왑 체결을 통해 일부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은 달러당 원화값 추락에 올해 들어 총 5차례 공식 구두 개입을 한 데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도 나섰다.

국민연금으로서는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더욱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에는 시장을 거쳐 해외 자산에 투자해야 했지만, 통화스왑을 맺으면 시장을 통하지 않아도 외환보유액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 제약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은 통화스왑과 함께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높여 해외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단기외화자금 한도는 현재 분기 평잔 기준 6억달러다.

국민연금은 이번 통화스왑이 체결되면 2020년 해외 투자 종합계획에서 발표한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 환경 개선'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당시 국민연금은 단기자금 한도 상향 조정, 통화스왑을 통한 조달 등으로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 규모 확대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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