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체 뭘 팔았기에" 전과범된 엄마는 보험사기인지 몰랐다[어쩌다 세상이]

입력 2022/09/22 11:26
수정 2022/09/22 11:32
병원서 처방한 제품 중고시장서 거래
보험금 청구해 의료비 80% 보전 받아
개당 3만4000원 차익…수십개씩 팔아
"적발 못하면 더 큰 보험사기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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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네오팜은 지난 2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때아닌 의료기기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업무 협조 공문을 전달했습니다. 이유는 보험사기 때문입니다.

네오팜이 판매하는 '제로이드MD(Medical Device)'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화상이나 건조로 손상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창상피복재로 허가받은 2등급 의료기기입니다.

제로이드MD는 일반적으로 아토피 환자의 치료나 영유아의 건조성 발진 치료를 위한 보조재로 의사 처방을 통해 병·의원에서 유통되고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들 사이에서 처방받아 구입한 제로이드MD를 중고거래 시장에 되파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차익을 거둘 목적의 거래인데요.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상당수는 이런 되팔이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용돈벌이나 해볼까'했던 주부, 학생, 직장인 모두 보험사기범이 된 셈입니다.

개인 간 중고거래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설마 이런 것까지 보험사기겠어'하며 무감각하게 여겼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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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생명보험협회]

거래 구조는 이렇습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아토피 등의 명목으로 제로이드MD를 처방받습니다.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처방받은 제로이드MD를 판매하고 병원에 지급한 의료비는 실손보험을 청구해 차익을 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욕심이 커지면 반복적인 도덕적 해와 불법 행위가 발생합니다.

확인된 사례를 보면 제로이드 인텐시브 로션MD(200ml)은 처방에 따른 진료비가 7만7000원입니다. 이를 처방받아 실손보험(20% 공제 상품 기준)을 청구하면 보험금으로 6만16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환자 실부담은 1만5400원으로 줄어듭니다.

여기에 해당 제품을 중고거래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시세가 5만원 수준으로 제품 개당 3만4600원 남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10개를 팔면 30만원이 넘는 돈이 수중에 들어옵니다. 50개를 팔면 170만원 이상 벌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보험금 누수로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반인이 의료기기 판매 중 적발될 경우 의료기기법 위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 혜택을 받아 의료기기 구매 후 재판매로 차익을 취했다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죠.

의료기기법 제17조(판매업 등의 신고)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등록 사업자만 판매 가능하며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9조(보험사기죄)에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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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나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적발되지 않는 이상 불법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 잠재적인 보험사기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설마 내가 보험사기'라고 치부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보험사기죄를 저지른 경우를 보면 상당수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서 시작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에 적발된 인원은 9만7629명으로 적발자의 직업은 회사원이 19.2%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무직·일용직 12.6%, 주부 11.1%, 학생 4.1%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연령별로 20대 보험사기 비중은 2019년 전체의 15%, 2020년 16.7%, 지난해 19%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5.7% 증가했습니다. 직업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보험사기 유혹이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소액에서 시작된 보험사기가 범죄의 지능성, 조직성, 입증의 곤란성 등으로 인해 적발되지 못한 경우 더 큰 보험사기로 확대될 수 있다"며 평범한 일상 속 보험사기를 경계했습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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