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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가로수길 상가 '텅텅'…자영업 위축되자 임대인 '휘청'

유준호 기자
입력 2020.11.17 17:38   수정 2020.1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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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핵심상권 '흔들'

북적이던 서울명동 메인거리
상가 세곳 중 한곳 '임대 문의'
권리금 2억 받던 1층도 공실

종로·신촌 등 他상권도 공포
전국공실률 역대 최고치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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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상가 건물 1층에 임대 문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가운데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4년 전까지만 해도 권리금만 2억원을 받던 곳인데 권리금 없이 세를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17일 오전 명동 메인 거리. 1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변 풍경을 담고자 연신 셔터를 눌러대던 곳이었지만 을씨년스러운 바람만 불어댔다. 텅 빈 거리에서 '길 안내를 도와드립니다'라고 외치는 서울시관광협회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외침만 인파 대신 거리를 채웠다.

메인 거리 끝자락 '국내 땅값 1위'로 유명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당 1억9900만원) 인근 상가 1층에서는 이날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건자재를 잔뜩 실은 트럭 두 대를 두고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의 어깨 너머로 한 의류 매장의 '영업 중단'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가 없자 명동 상인들은 아예 상권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방문이 끊겼고, 내국인마저 '집콕 소비'에 익숙해진 결과다. 이날 명동 메인 거리(명동역~명동예술극장)에도 한 건물 건너 한 건물꼴로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다. 메인 거리에 인접한 건물에 공실이 있는 곳만 어림잡아 10여 곳이고 1층 건물 입구부터 문을 걸어 잠근 곳도 여러 곳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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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소규모 상가 1층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도 얼마 전 임대인에게 가게를 빼겠다고 통보했다. 40㎡ 규모의 이 가게 월세는 1200만원. 수년 전까지만 해도 메인 거리에, 1층 프리미엄까지 더해 권리금만 2억원을 넘어섰던 곳이다. 명동 A공인 대표는 "권리금 한 푼 없이 가게를 내놓는다고 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50%씩 낮추고, 장기 연체도 보증금에서 깎는 쪽으로 임차인들을 배려하고 있지만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유령 상권' 공포는 명동 상권 전역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동 상권의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3분기 공실률은 28.5%로 세 곳 중 한 곳이 공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공실률이 0.0%였던 것을 감안하면 점포를 정리하는 곳이 3분기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공실률 증가는 임대인들의 소득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소규모 상가 기준 명동 상권 1㎡당 순영업소득은 13만9600원으로 전 분기 37만4300원 대비 62.7% 급감했다. 연면적 330㎡ 건물을 기준으로 임대 순소득이 한 분기 만에 1억2352만원(월 4117만원)에서 4606만원(월 1530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3분기 기준 명동 상권의 상가 투자 수익률은 1.04%로 전 분기 대비 0.35%포인트 감소했다.

명동 B공인 대표는 "명동 지역 대부분 상가는 임차인들에게 최소 30%, 최대 50%의 임대료 인하를 제공하고 있다"며 "임차인인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면서 임대료로 통상 3% 전후인 상가 건물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도 못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 상권'의 공포는 명동만의 일이 아니다. 신촌과 종로 등 서울 핵심 상권도 공실 공포에 휩싸였다. 소규모 상가 기준 종로(1.5%→10.2%), 충무로(2.1%→10.9%), 신촌(0.0%→10.3%), 테헤란로(1.4%→9.2%) 등 연초까지 공실이 거의 없던 상가들이 3분기 들어 급격히 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30㎡ 초과)도 명동(4.3%→9.4%)을 포함해 광화문(4%→9.3%), 강남대로(5.2%→16.4%) 등 서울 핵심 상권에서 지난해 말 대비 공실률이 2배 이상 폭증했다.

전국적으로도 3분기 상가 공실률은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4%,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경기 침체와 비대면 소비 확대가 핵심 대형 상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거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상가의 경우 '배달' 등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상권은 직장인 회식 감소, 외국인 관광객 감소, 온라인 유통 채널 이용 등 소비자 행동 변화 등의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부사장은 "배달이나 SNS를 통한 소비자 접근이 가능한 주거 지역의 외곽 상권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나마 버티고 있는 반면,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 등 대면 접촉에 의해 매출이 나는 대형 상권은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공실률 폭증과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이어 공시가 인상도 상가 임대인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들어오는 수입은 없는데 공시가 인상이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수입과 지출 양쪽 방향에서 모두 사면초가에 처하고 있다.


건물·상가 등의 보유세 산정 기준은 공시가이고, 상가·사무실 부속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공시가 합계가 80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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