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이미지 벗는다, 만년 2위 KT의 색다른 변신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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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기업들이 ‘탈통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통신업계는 변화가 시급하다. 이통3사의 가입자는 약 6,400만 명으로, 더 이상 새 가입자를 유치하기 힘든 실정이다.

LTE보다 빠른 망으로 주목받았던 5G는 기대 이하의 품질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줬던 통신 서비스가 더는 ‘효자 사업’이 아닌 셈. 이로 인해 국내 이통 3사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콘텐츠, 미디어 등의 새로운 키워드에 집중하는 추세다.

사실 통신사의 탈통신 기조는 10년 전부터 계속됐다. 2009년 아이폰이 등장으로, 한국에도 스마트폰 붐이 일었다. 서비스 가입자 수를 늘려간 이통사는 통합 통신사 출범, 인수합병 등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려갔다.

이후 4G LTE까지 등장해 통신 산업은 더욱 호황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국내 이통 3사는 통신 서비스 외의 해외 사업이나 IoT와 같은 신사업 실적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기존의 서비스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통3사는 서비스 확장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도 지금이 통신사의 터닝 포인트가 될 절호의 기회라 말한다.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 인프라로 새로운 사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주목받는 언택트 산업이 통신 기반이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통신사의 재도약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통 3사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의지가 강하다. 이번에는 기필코 10년째 준비해온 탈통신의 결실을 맺겠다는 의미다. 특히 KT는 아예 “우리는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니나.”라며, 통신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SKT에 밀려 매번 통신사 2위를 차지하던 KT가 탈통신에 본격적인 신호탄을 쏜 것이다. 10년째 도전한 탈통신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KT는 이번엔 어떤 서비스를 선보이려 하는 걸까. 이들의 색다른 변신을 한 번 조명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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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X 서밋’과 함께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구현모 KT 대표 / KT
KT,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할 것”

지난 10월, 구현모 KT 대표가 7개월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구현모 대표는 “KT는 과거 통신 매출이 100%였던 회사였지만 현재는 비통신 매출이 약 35%(약 5조 원)에 이른다”고 말하며, 비통신 분야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KT의 변신이 이해된다.

KT의 콘텐츠 유동 전자상거래 계열사 KTH는 올해 2분기 매출 6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나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성적이다.


영업이익 역시 19% 늘어났다. 더불어 IPTV 매출과 AI·DX 기반의 B2B 사업 역시 호조를 보이며, 견고한 매출을 자랑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하는 이유다.

구현모 대표의 의지는 올해 7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구 대표는 “통신 사업자에게 머물지 않고 ‘통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자’로 바뀌어야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KT는 구 대표가 취임한 2020년부터 5G 기반의 B2B 비즈니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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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디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KT의 미디어 사업은 이들이 도전한 신사업 분야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 굳히기를 위해 현대 HCN 인수에도 나섰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가 1위,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이 24.91%로 2위다. 그 뒤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4.17%), 딜라이브(5.98%), CMB(4.58%), 현대HCN(3.95%) 순이다.

KT는 매물로 나와 있던 현대 HCN을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만약 새로운 식구를 기다리고 있는 딜라이브까지 품에 안게 된다면, KT 그룹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41.45%로 올라선다. 미디어 분야 1위를 유지하려는 굳은 결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KT의 미디어 사업은 탈통신의 핵심이기도 하다.

2014년 7,000억 원이었던 미디어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조 6,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이 기세를 몰아 1조 8,000억 원에 매출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 HCN을 인수하게 되면서 관련 매출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은 딜라이브 인수에 대해 “KT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충분히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미디어 사업 부문에 대한 포부를 보여줬다. 이미 KT는 2018년 말 뉴미디어사업단을 꾸려 자체 콘텐츠 제작에 힘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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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AI 호텔 로봇과 서빙 로봇 / KT
A·B·C 기술로 B2B 시장 선도

KT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B2B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그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한 상태다. KT는 지난해 10월 AI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후 모든 사업 영역에 AI를 도입한 것은 물론, AI 역량을 기반으로 AI 호텔 로봇과 AI 서빙 로봇까지 선보였다.

2021년 상반기에는 AI 반려로봇까지 출시하며 서비스 로봇 시장을 장악하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들이 전문 기업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KT는 ‘AI 원팀’이란 산·학·연 협의체로 AI 산업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최근에는 디지털&바이오헬스 전담 부서도 신성해 의료 플랫폼 구축과 AI 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한다. 향후 비대면 의료 영상 솔루션 ‘KT 메디컬 메이커스(가칭)’와 ‘홈 AI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해 차세대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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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DX IDC 용산 전경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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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데이처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은 타슈켄트에 위치한 ‘중앙전력관제 데이터센터’ (좌) / KT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핵심 클라우드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클라우드 구축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KT는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1위로, 올 11월까지 국내 13번째 데이터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문을 연 용산 IDC는 10만 대 이상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한 서울권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로 유명하다. 지난 7월에는 과기정통부가 진행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의 통신 분야 사업자로 선정되어, 3세대 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렇게 KT가 주력하고 있는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은 올해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분야다. AI와 빅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고, 클라우드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으로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그 속에서 KT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 해당 사업 분야를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AI·DX, 클라우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년간 각 분야의 성장률은 8%, 18%로, KT의 전체 성장률을 넘어섰다.

해당 분야가 이끄는 B2B 사업의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나 증가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주력이었던 통신 부문이 계속 주춤하고 있으니, KT가 비통신 사업 부문에 온 신경을 쏟는 것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유·무선 사업 부문은 규제에 영향을 받아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지만 미디어, AI·DX, 클라우드 부문은 규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며, ABC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통3사의 본업 탈출기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통신비 인하 압박과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통신 기업은 수년 전부터 탈통신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통신사’라는 타이틀을 씻겨내긴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온라인 서비스마저 장악하면서, 유·무선 통신 사업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제 통신 기업에게 탈통신이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

더 지체하다가는 인터넷 기업에 밀려, 그저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로만 시장에 남게 될 것이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근본적인 이유다. 물론 오랜 시간 통신 사업에 집중했던 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내외부적인 디지털 혁신은 필수다.

디지털이라는 바다에 뛰어든 KT가 궂은 비바람을 이겨내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그 여정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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