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하나된다, 제2의 현대기아차 될 수 있을까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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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모두가 주목하는 빅딜이 가시화됐다. 여객 수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본격화된 것.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얻어내면서, 3,000억 원의 교환사채 투자를 유치한다.

이렇게 확보한 8,000억 원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초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돌입한다. 당초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자회사로 운영하는 방식이 논의되었지만, 현재 항공업계 상황을 고려해 양사 통합으로 인수가 결정됐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였으니, 양사의 결합이 진행되면 대한항공은 총 62.5%를 차지하는 공룡 항공사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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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 기업 CFO와 투자담당 임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대-기아차의 합병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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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도 이 같은 빅딜이 성사된 바 있다.

1997년 국내 경제가 최악을 달리던 때, 견고할 줄 알았던 대기업도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 역사를 함께한 기아자동차 역시 그중 하나였다. 세피아, 스포티지, 엔터프라이즈 등으로 고공 행진하던 기아자동차는 IMF로 인해 적자가 눈두덩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세피아, 크레도스, 아빌라 3개 차종을 판매가의 29.9%나 할인해 주는 특별 판매에 들어서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회생은 불가능한 듯 보였다. 1998년 기아자동차의 매출은 4조 원가량, 반면 당기 순손실은 이보다 2조 원 더 많은 6조 6,500억 원을 기록했다.

역사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찰나,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 인수에 나섰다. 당시 기아차의 부채는 무려 7조 1,700억 원으로, 부실덩어리 기아차를 안게 된다면 현대차마저 함께 몰락할 가능성이 컸다.

업계에서도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으나 현대차는 그 빚을 탕감 받는 조건을 걸어 기아차 지분 51%를 취득했다. 덕분에 기아차는 22개월 만에 법정 관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대-기아차가 하나가 된 지 24년이 흐른 지금, 두 기업의 인수합병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빅딜로 꼽히고 있다.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50%, 기아차가 25%. 양사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가 된 것은 물론, 부쩍 높아진 R&D 효율성으로 엄청난 융합 시너지를 발휘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주춤하는 와중에도, 양사는 올 3분기 영업이익 3조 2,000억 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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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이젠 하나가 된 현대-기아차의 빅딜과 유사한 점이 많다.


기아자동차 인수의 최대 복병이었던 ‘부채’는 아시아나항공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2366.1%로, 지난해 1795.1%에 비해 확연히 급증했다. 대한항공 역시 1년 이내 갚아야 할 빚이 5조 2,000억 원에 달해 인수합병이 되려 부실경영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 항공사가 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제2의 현대-기아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과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현대-기아차처럼 장밋빛 미래를 그려낼 수 있을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한 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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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통합으로 바뀌게 될 항공업계 지배 구조 / yna
국내 1,2위 항공사의 결합,
항공 노선 확대로 소비자 편익 증가 기대

지난 32년간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강 체제를 지속해왔다.

오랜 세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던 만큼 양사의 주요 간선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11월 국제선 여객·화물 기준 대한항공만 운항하는 노선은 53개, 아시아나 항공만 운항하는 노선은 14개다.

두 항공사가 공통으로 운영하는 노선은 48개에 이른다.

두 기업의 노조에서는 인수합병으로 중복 노선이 단일 노선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에 대해 ‘그럴 일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축소가 아닌 ‘분산 배치’로 노선 스케줄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일부 노선을 없애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없이 항공사에서임 임의로 노선을 감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중복 노선 조정을 위해 파견 직원을 선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2018년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맺은 조인트벤처에 아시아나항공이 합류하게 되면서 미주 노선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노선이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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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시스템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클럽’ / 각사
고객 확보도 더욱 유리해진다. 두 항공사는 각자의 브랜드를 경영하는 방식 아닌, 1개의 브랜드로 통합되어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마일리지 시스템도 하나로 합쳐질 방침이다. 양사의 마일리지가 하나가 될 경우, 이용 회원은 저절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세부적인 계획이 전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 대 1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예상하기도 한다. 제휴와 예약 서비스 이용 시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 혜택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인 운영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 편익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수합병 시 발생할 마일리지 시스템 문제에 대한 걱정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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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 운송기로 개조해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코로나19 직격타 맞은 항공업계
이번엔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이번 통합으로 코로나19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53%, 95%나 줄어든 모습이다. 여전히 항공 수요가 불안정한 지금, 양사의 통합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항공업계는 여객 수요 감소로 화물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따로 운영되던 화물 운송 사업이 하나로 합쳐지면 인천국제공항 환적 화물 운송이 효율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덩달아 사업량이 대폭 증가해 화물 원가 인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양사의 수익이 커지는 것은 물론,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용까지 절감하는 결과도 불러온다.

인력과 조종사 교육도 효과적으로 바뀐다.

노선 축소 계획은 없어 항공 승무원 수는 변함이 없겠지만, 양사의 해외 지점이 통폐합되면 영업 직원은 조정될 수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자체적인 시뮬레이터를 구축하지 못해, 일부 조종사들의 교육을 그간 해외에서 진행해왔다.

이들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의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서, 양사가 불필요하게 지불해왔던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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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는 항공기 정비 물량의 절반 가량을 해외 외주에 맡긴다. / chosun
항공업계의 또 다른 먹거리 MRO(항공기 정비) 산업에도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부에서 자체적으로 MRO를 진행하는 중이지만, 아시아나 항공은 루프트한자 테크닉에 외주를 맡겨 MRO 사업 개편이 시급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두 기업의 MRO 부문을 떼내 별도의 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방위산업체까지 끌어들여 MRO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양사가 힘을 합해 안정적으로 항공 정비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그만큼의 수요를 감당할 대규모 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

그간 아시아나항공이 해외에 맡겨왔던 외주 물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면서, 국부 유출도 막는다. 인수합병을 추진한 산업은행은 “MRO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등 연관산업 발전 및 국내 항공업 전반의 안전역량 재고 효과 등도 기대된다.

”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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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브리핑하는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 yna
정부가 미는 기업결합
‘독과점 논란’이 큰 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계기로 국내 항공 산업의 위기도 차츰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항공 산업은 항공사 간의 인수합병으로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사업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계속된 바이러스 리스크로 항공사들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지금,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항공업계처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셈. 양사의 통합은 흔들리는 국내 항공업계를 잠재우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을 제외한 인구 1억 명 이하의 국가 대부분은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를 띠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10위권 수준의 위상을 얻게 될 것이다.

양사 운송량만 단순히 합산할 경우 순위는 7위권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이들이 두고 있는 각각의 LCC(저비용항공사)도 통합 과정을 거쳐 동북아 최대 규모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두 기업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얻으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한진그룹의 항공 점유율이 60%를 넘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예외규정’을 적용해 대한항공의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인수합병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가 문제 되었으나, 예외규정을 통해 조건부 승인이 결정 났다. 현대-기아차의 빅딜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로소 하나의 항공사로 탄생하게 될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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