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빅3 10주년, 왕좌 거머쥔 쿠팡의 비결은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3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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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대표 / 쿠팡
국내 주요 이커머스 3사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모습을 드러낸 쿠팡·티몬·위메프는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그 위용을 드러내지 못했다.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이들은 어느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특히 쿠팡의 성장은 가히 주목할만하다. 티몬과 위메프에 밀렸던 쿠팡은 이제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 시간 동안 과연 쿠팡은 어떻게 성장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걸까. 그들의 지난 10년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 맥 못추려

2010년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오픈마켓의 시대였다.

G마켓과 11번가, 옥션 등은 낮은 가격과 수많은 프로모션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이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형태가 바로 소셜 커머스다. 일종의 공동 구매 서비스로, 일정 수의 구매자가 모이면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으로 소셜 커머스가 급물살을 탔다. 티몬, 위메프, 쿠팡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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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가격을 표시하면서 실제 부담할 가격보다 낮은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드는’꼼수’들이 성행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소셜 커머스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정했다.

업종 자체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예상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시장에는 이미 30개가 넘는 업체가 난립한 상황이었다. 치열한 경쟁에 구매자가 모였음에도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신뢰성도 문제였다. 과도한 프로모션을 일삼으며 허위, 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의 열렬한 지지로 시작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결국 믿음을 져버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하나둘 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며 시장도 자연스레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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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위메프는 쿠팡의 TV 광고를 패러디 한 온라인 광고를 게재했다. 왼쪽이 쿠팡 광고 / 쿠팡, 위메프
다행히 쿠팡을 비롯한 빅 3는 서서히 소셜 커머스 형태를 탈피해간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3사의 눈치싸움은 여전히 치열했다.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와 실적 발표, 오고 가는 비방과 고소전까지. 그러나 이들의 싸움에 고통받는 건 소비자였다.

대출혈 경쟁에 소비자 피해는 날이 갈수록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셜커머스의 거짓·기만적 가격 표시에 대한 시정 조치’ 자료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소셜 커머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각각 7,030건, 7,138건에 달했다. 소비자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객 만족’ 서비스로 분위기 반전

여기서부터 3사의 운명이 갈렸다. 쿠팡은 앞서 사라진 업체들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소셜 커머스의 실패 원인을 미흡한 고객 대응 때문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2011년 업계 최초로 365일 고객 센터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고객 만족’ 실현에 나섰다.


뒤이어 환불 정책과 빠른 배송 서비스. 배송 지연 및 품절 보상제(2012년)까지 도입했다. 서비스 개혁은 성공적이었다.

2012년 연간 거래액 8,000만 원을 기록하며 티몬(7,284억 원)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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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쿠팡은 2012년 7월부터 30개월 연속 모바일앱 전자상거래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 쿠팡
모바일에 미리 대응했다는 점도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모바일 거래 비중이 높았다. 소비자의 변화를 알아챈 쿠팡은 이윽고 모바일 환경 구축에 나섰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전환하는 플리킹 기법부터 상품 추천 서비스, 전용 거래 시스템 등은 타사 이용자까지 사로잡기 충분했다.

IT 서비스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2년 전 세계 IT 기업 순위서 66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쿠팡이라는 두 글자를 시장에 각인시킨 건 단연 ‘로켓배송’ 서비스다. 그간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외주 택배사를 이용해왔다.

쿠팡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배송 과정을 직접 컨트롤할 수 없다 보니 소비자의 불만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고객 만족에 박차를 가하고, 모바일로 편리한 쇼핑 환경을 만들어내도 배송 하나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소비자가 100% 만족하는 커머스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14년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소비자는 오후 3시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 날 바로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의 오픈마켓 형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은 상품 중개자 역할에 그친다. 다양한 상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배송 서비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쿠팡은 배송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직매입을 택했다.

직접 방대한 양의 제품을 매입해 물류 센터에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판매에 들어갔다. 긴가민가 했던 로켓 배송도 실현해냈다. 그저 그런 소셜 커머스 업체가 물류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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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총 4조 원을 넘는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 조선일보
10억 달러 총알 챙기며 유통업계 장악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모습은 해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쿠팡은 2014년 5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억 원 달러를, 뒤이은 11월에는 블랙독으로부터 3억 달러의 투자금을 챙겼다. 그러나 원활한 직매입과 안정된 로켓배송을 위해서 4억 달러의 실탄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러던 2015년 한국 벤처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가 성사됐다. 소프트뱅크에서 쿠팡에 10억 달러를 베팅 한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게 된 쿠팡은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전국 각지에 물류 센터를 세우고, 로켓 배송 서비스 지역도 확대했다. 2014년 3만 7,000평이었던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16년 22만 1,000평 늘어났다.


여기에 각종 할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를 한 번 더 사로잡음으로써, 쿠팡은 단숨에 유통 공룡으로 떠오르게 된다.

지위가 격상하면서 경쟁 상대도 바뀌었다. 소셜 커머스 업체가 아닌 대기업 유통 업체들과 맞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 위세를 눈치챈 듯, 기존 유통 공룡들도 움직임을 보였다. 2016년 2월 이마트는 ‘전 유통업계 최저가’로 쿠팡에 선전포고를 던졌다.

분유·기저귀 등 소셜 커머스 업체의 주요 상품인 생필품을 파격가로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쿠팡과 위메프 및 각종 대형 마트 역시 최저가 전쟁에 참여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가격 경쟁으로 번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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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PB 브랜드 / 쿠팡
쿠팡은 물러서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2016년 영업적자가 5,652억 원, 2017년은 이보다 더 늘어난6.388억 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후 쿠팡은 투자금을 토대로 10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 구축하고 각종 이벤트도 실시하며 여전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17년 이후 전개한 새로운 사업들로 다시 한번 유통업계를 긴장케 했다. 같은 해 7월, 쿠팡은 브랜드 ‘탐사’를 론칭하며 PB 사업에 뛰어들었다. 생활용품에서 식품, 뷰티 용품 등으로 숫자를 늘려 현재까지 총 17개 품목, 921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2019년부터는 쿠팡이츠로 배달 대행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거래액 13조 원 돌파에도 성공한다. 국내 단일 이커머스 브랜드 사상 거래액 10조 원을 넘어선 건 쿠팡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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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는 2019년 쿠팡의 적자를 1조7000억 원 대로 예상했었다. / mk
수익성 없다 vs 계획된 적자일 뿐쿠팡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물론 가파른 성장만큼 성장통도 심하다.

쿠팡은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매출액이 1조 1,337억 원을 넘어섰을 때 영업 손실액은 5,470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늘어난 매출액과 비례하듯 영업 적자 역시 쌓여갔다.

지난 2018년에는 1조 원의 적자를 내어 업계에서조차 불안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 모든 것을 ‘계획된 적자’라 표현하고 있다. 지금 당장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투자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겠다는 의미다.

그간의 영업 전략이 통한 듯,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매출과 더불어 적자 4,000억 원을 줄이며 수익 구조 개선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생존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소셜 커머스 업체를 제치고 대기업 유통 업체들과도 경쟁한 쿠팡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 중인 이베이 코리아 역시 쿠팡의 견제 대상 중 하나다.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 1위라는 위치와 검색 서비스로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미 국내 온라인 쇼핑 결제액은 20조 9,249억 원으로 17조 771억 원인 쿠팡을 이겼다.

제아무리 IT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쿠팡도 네이버라는 강자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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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전경 및 내부 모습. 오는 2021년까지 충북 음성에 약 3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 쿠팡
점점 비어가는 곳간을 채울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쿠팡은 매년 물류 인프라를 위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이베이 코리아를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투자는 필수다.

그러나 시장 내 입지를 조금씩 내어주고 있는 지금, 추가 투자 유치에 대한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주주였던 소프트뱅크마저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본 확충에 대한 쿠팡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판단은 이르다. 쿠팡의 성장 과정은 아마존을 똑 닮았다. 아마존은 물류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며 지속적인 영업 손실을 보여왔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지금의 아마존을 탄생시켰다.

쿠팡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류 창고와 각종 서비스로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점차 비용을 줄여나가는 전략이다. 2019년 보여준 실적은 그들의 전략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객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그리고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이 세 가지는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남긴 말이다. 쿠팡은 이 요소를 모두 충족했다.

각종 고객 만족 서비스와 엄청난 규모의 물류센터, 나아가 로켓배송까지. 차별화된 포인트로 승부한 이들이 업계 1위를 넘어 ‘국내 1호 유니콘’이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여전히 쿠팡을 둘러싼 시선들은 엇갈리고 있지만,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쿠팡의 미래에 한 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싶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