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시총 1위 기업이 되기까지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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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은 애플의 위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다. 맥북부터 아이팟, 아이폰, 애플워치, 그리고 에어팟까지. 애플이 내놓는 신제품은 늘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오며 언제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2011년 천재 CEO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애플의 혁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올 8월에는 미국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2도 달러를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이자, 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애플. 물론 이들은 처음부터 견고한 토대를 보유했던 건 아니다.

특히 IPO를 단행한 지 5년 만에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40년간의 주가 흐름 속에는 이러한 애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은 차고에서 포문을 열었던 애플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까. 그들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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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 초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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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출시된 애플 1과, 이어서 1976년 발매된 애플 2 컴퓨터
컴퓨터 한 대로 ‘혁신의 아이콘’ 등극

1976년 4월 1일, 스티브 잡스 부모님 차고에서 ‘애플’이 거짓말처럼 시작됐다.




당시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HP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미 마이크로프로세서 컴퓨터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이를 본 스티브 잡스가 직접 회로 기판을 만들어 컴퓨터를 팔기로 결심하면서 애플의 첫 제품 ‘애플 1’이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모니터도 없는 투박한 디자인이었지만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애플 1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며 애플의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1977년 1월 애플의 기업 가치는 5,309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4월 일체형 컴퓨터 애플 2를 선보이며 개인용 컴퓨터 시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이 시장을 주름잡던 때였다. 애플은 1980년까지 애플 3 컴퓨터를 연이어 발표했지만, 두 기업의 연합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애플은 이 점에 굴하지 않았다. 되려 교육용 시장으로 눈을 돌려 살길을 모색했다. 아이들이 다루기 쉬운 소프트웨어와 교육용 콘텐츠로 학교를 사로잡았다. 캘리포니아 소재 학교에는 애플 2 컴퓨터를 지원함으로써, 가정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1978년 7,600대에 그쳤던 애플 2의 판매량은 1980년에는 78,100대, 2년 뒤에는 30만 대를 넘었다.

애플 2 컴퓨터의 꾸준한 인기는 애플의 IPO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 12월 12일, 애플은 소규모 컴퓨터 제작 업체로 IPO를 결정했다.

주당 가격은 22달러로 총 460만 주가 판매됐다. 애플 주식을 향한 투자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상장 첫날 시가 총액을 무려 17억 달러, 1956년 포드 자동차 이래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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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는 최초로 사용자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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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매킨토시 광고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광고’로 손꼽히고 있다. / 애플
그 기세를 몰아 1984년 1월 매킨토시를 출시했다. 바로 직전 내놓았던 애플 리사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였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는 PC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드러냈다. 잡스의 예견이 맞았다. PC 시장에서는 매킨토시를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1980년 초반까지 시장을 선도했던 IBM 컴퓨터는 DOS 기반으로, 키보드로 녹색 글자를 하나씩 쳐야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매킨토시는 마우스를 이용해 아이콘을 클릭하면 됐다.


혁명적인 작동법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매킨토시 광고도 종전의 히트를 치며, 매킨토시는 순식간에 2백만 대 판매량에 돌파한다.

애플이 혁신의 첫 단추를 끼운 순간이다.

잡스 복귀 후 전성기··· 아이폰 출시로 주가도 화룡정점

하지만 매킨토시의 명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초기 버전은 느린 속도와 발열 문제, 그리고 잔고장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게다가 매출 효자였던 애플 2의 인기도 점차 시들어져만 갔다. 애플 3, 리사의 실패로 상심을 겪었던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마저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시기 CEO였던 존 스컬리를 찾아가 매킨토시 가격을 낮추고, 애플 2의 광고 물량을 맥으로 옮기자고 제안하게 된다.

아쉽게도 두 사람의 의견은 어긋났다. 계속되는 싸움에 결국 존 스컬리는 스티브 잡스에게 이별을 고했다. 매킨토시가 출시된 지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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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멜리오는 스티브 잡스가 임시 CEO로 복귀하고 일주일 만에 사임했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의 주가는 의외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1987년 주가는 약 80달러까지 도달해, 2 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이 될 때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애플은 전례 없는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심지어 1993년 존 스컬리 대신 CEO 자리에 오른 마이클 스틴들러는 애플을 마이크로시스템즈, IBM, HP에 매각하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1996년 또 한 번 애플의 주인이 바뀌었다. 내셔널 세미컨덕터의 CEO였던 길 아멜리오가 CEO로 부임한 것. 물론 길 아멜리오 역시 침체에 빠진 애플을 구해내지는 못했다. 결국 애플은 1997년 다시 스티브 잡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때 애플의 주가는 주당 3.2달러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맥을 내놓았다. 8월 출시된 아이맥은 연말까지 80만 대가 팔리며 애플의 부활을 알렸다.

마침 닷컴 버블의 수혜까지 입으면서, 애플의 주가는 1998년 212%, 다음 해에는 151%나 올랐다. 전성기를 맞이한 상황에 2000년 6월 1일 두 번째 액면 분할을 실시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액면 분할 이후 애플의 주가는 50%나 하락했다.

닷컴 버블의 몰락까지 이어져 애플의 주가는 9월 29일 12.88달러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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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아이폰을 발표 중인 스티브 잡스 (좌), 아이폰 출시 당일 미 전역 애플스토어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
PC 시장이 주춤하자 애플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렸다.

MP3 아이팟으로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출시 당시 애플의 주가는 9.35달러를 선회했으나, 아이팟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자 주가도 꿈틀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주가는 무려 25%나 올랐다.

뒤이은 2003년 음악을 유료로 다운로드하는 ‘아이튠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세계 디지털 음악 혁명을 불러온다. 주가 역시 빠르게 성장해 애플은 2005년 2월 28일 세 번째 액면분할을 실시하기도 했다.

바로 직전 액면분할과 달리, 애플 시가 총액은 5,600억 달러까지 늘어나 주식 시장 대어로 자리 잡게 된다.

애플의 주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단연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부터다.

1월 9일, 스티브 잡스는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했다. 3.5인치 LCD 화면과 터치스크린, 200만 화소의 카메라까지 갖춘 모습에 발표 현장은 열띤 환호로 가득 찼다.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599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도 아이폰은 첫 주에만 3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주식 시장에서도 애플을 향한 기대는 계속됐다. 아이폰 공개 이후, 애플의 주가는 32%나 올랐다. 출시 당일 주가는 122.04달러였다.

아이폰이 엄청난 판매량을 선보이자 6월 29일 출시 후 6개월간 주가는 무려 74%나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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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서거 후 전 세계 애플 스토어에서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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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5는 비슷한 시기 출시된 갤럭시 S4에 비해 다방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 pocketnow
혁신의 아이콘 잃은 애플, 위기론에도 시총 2억 달러 돌파

애플의 독주는 멈추지 않았다.

아이폰 출시 1년 만에 앱스토어가 최초로 탑재된 아이폰 3G를 내놓았다. 2009년에는 한국에도 아이폰 판매를 시작하며 전자제품 1위 삼성의 아성을 거뜬히 눌렀다. 이때 애플의 주가 상승률은 2000년부터 10년 동안 660%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아이패드까지 선보였는데, 덕분에 애플의 주가가 급등해 10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300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승승장구하던 이들에게도 변화의 시점이 찾아왔다. 2011년 8월 10일 애플은 시가총액 3,410억 달러(주당 367달러)를 넘어서면서, 석유회사 엑슨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혁신의 주역, 스티브 잡스가 건강 악화로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 사임이 알려지자 애플의 주가는 5.9% 급락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역시 마이너스로 거래를 마무리한다.

투자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에 걱정을 드러냈지만 주가는 견고했다. 애플을 향한 충성도가 되려 단단해진 것이다. 실제로 잡스 사후 첫 신제품인 아이폰 5가 출시되기 이틀 전 주가는 702.10달러로 사살 최고가를 찍었다.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면서, 아이폰 5를 제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700달러를 넘었던 애플의 주가는 2013년에 들어 400달러 선까지 떨어져 애플 위기론까지 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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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 6+ 발표 현장
다행히 연말이 되자 위기론이 수그러들었다. 12월 13일 주가는 560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2014년에도 이 기세를 몰아 2분기 실적도 개선됐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45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전문가 예상치는 435억 달러였다. 애플은 여기서 네 번째 액면분할을 실시하기로 마음먹었다. 2 대 1이었던 앞선 3번의 액면분할과 달리, 이번은 7 대 1이었다.

CEO 팀 쿡은 “우리는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 제품을 개발해, 주주들을 놀라게 할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액면분할 이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자신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9월 아이폰 6와 6+, 애플워치 등의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의 성적이 대박이 났다. 신형 아이폰은 예약 판매 신기록을 달성한 것은 물론, 보름 만에 2,000만 대가 팔렸다. 다음 해 출시 예정인 애플워치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사 애플의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애플은 연달아 신제품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호조를 이루진 못했다. 2018년 8월 2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29조 원) 돌파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됐으나 그뿐이었다.

애플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은 신규 제품임에도 판매 부진을 겪었다. 매출 효자 신흥 시장에서도 아이폰의 수요가 악화됐다. 덩달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까지 겹치며, 애플의 주가 하락세는 2019년 초반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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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분기 애플 실적,예상 외의 선전에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애플
이러한 흐름은 전문가들의 경고와도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연초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이 둔화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친 바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애플 주가가 142달러로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애플은 곧이어 전성기로 돌아갔다. 새로운 모델로 알려진 5G 스마트폰 출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애플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판매량은 부진했어도 에어팟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서비스 부문 매출 상승으로 애플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된 상태였다. 그 분위기에 따라 주가도 꾸준히 상승해 2020년 1월까지 5.7%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시총 1위 애플을 향한 긍정적인 전망은 올해까지 이어졌으나, 지난 3월 애플의 주가는 224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이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되려 애플 부활의 시발점이 됐다.

비대면 경제 수요 효과로 개인용 PC 맥과 태블릿 아이패드의 매출이 뛴 것이다. 서비스 부문인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등도 아이폰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2분기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98억 9,000만 달러를, 3분기는 9.8% 상승한 597억 달러를 기록한다.

특히 3분기 매출 중에서는 아이폰의 선전이 눈에 띈다.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상황 속에서도 아이폰 11과 SE2는 양호한 판매량으로 매출을 이끌어냈다. 맥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코로나19 수혜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이은 호조에 3분기 실적 발표 후 하루 만에 애플 주가는 1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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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이후 2020년까지 애플의 주가 변화 / NYT
8월 19일 애플 주가는 장중 468.65달러까지 치솟아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겼다. 이날은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해,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이 1조 9,790억 달러에 그치며 투자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안타까운 마음은 이틀 만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주가 497.78달러로 거래를 마쳐 시총 2조 원을 거뜬히 돌파한 것. 지난 2018년 시총 1조 원을 찍고 단 2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애플은 8월 31일 4분의 1 액면 분할을 실시하면서, 다시 한번 개인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상장 후 벌써 다섯 번째 이뤄진 액면 분할이다. 이로써 투자자들은 주당 400달러에 이르는 애플 주식을 100달러대 (12만 원 이상)에 살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애플의 주가는 30% 이상 뛰었다.

”며 액면분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게다가 최근 애플은 최근 주문형 반도체 칩(커스텀칩)과 같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매출과 이익 상승은 당연한 결과이기에, 액면분할 이후 애플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이 앞으로도 시총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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