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 업고 최고가 새로 쓸 수 있을까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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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명실상부 국내 증권 시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기준 코스피 200 전체 시가총액 내 삼성전자의 비중은 34.85%에 달했다.

한 기업의 주가가 국내 주식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한때 주당 280만 원을 넘기며 ‘황제주’로서 명성을 날렸다.

지난 2018년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가 된 상황에서도 주식 개미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증권 시장을 이끄는 중이다.

상장 기업의 흥망성쇠가 곧 투자자들의 돈으로 점철되다 보니,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 내역을 살피면 51년 성장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를 통해 이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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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제6회 수출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모습(좌), 1973년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흑백 TV 모델을 만들어냈다.


(우) / 삼성전자
탐탁지 않았던 IPO,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다

1969년 삼성전자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국내 주식 시장은 암울한 상태였다.

1962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어느 정도 거래의 장이 마련되었으나, 뒤이어 증권 파동이 터지며 국내 증시가 한순간 침체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은행과 외국인 투자를 통해 사업 자금을 수혈해나갈 뿐, 상장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에는 소유권이 곧 경영의 핵심이 된다는 폐쇄적인 인식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분위기가 뒤바뀐 건 1970년대 중반부터다. 1974년 5월 29일, 정부는 ‘기업공개와 건전한 기업 풍토 조성을 위한 대통령 특별지시’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그룹의 IPO를 공개 지시했다.

정책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는 금융 제한과 같은 각종 규제가 내려졌다. 삼성그룹은 정부의 등쌀에 못 이겨 7월 19일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듬해 5월 29일, 삼성전자는 87만3,450주(8억 7,345만 원)를 공모증자해 기업을 공개했다.

뒤이은 6월 11일 액면가 1,000원에 300만 주(30억 원)를 상장하며 증시에 입성한다. 비슷한 시기 상장사들의 액면가가 500원 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삼성전자는 제한선인 50원이 오른 상종가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상장은 썩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만 따지고 본다면 상장은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꽤나 크게 기여했다. IPO를 결정했던 1974년, 삼성전자는 ‘한국 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이후 10년간 성과는 내지 못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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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2월 삼성전자의 64K D램 개발 성공 발표회 / 삼성전자
여기서 이병철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

”는 선언을 한 것. 그간 가전 사업에 중점을 뒀던 삼성전자는 도교 선언 이후 곧장 메모리 반도체, D램 사업에 뛰어들었다. D램 사업장을 건설할 때 드는 비용만 조 단위에 이르지만 증시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 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하게 된다.




사업의 기틀은 세웠으나 반도체 사업은 대박 수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전자의 호기로웠던 도전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에 들어선 지 10년이 되던 해까지 주가가 1만 원 안팎에서만 등락을 거듭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자, 삼성전자의 주가도 드디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건희 회장 경영 체제 속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해,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리에 올랐다.

1994년에는 휴대전화 애니콜과 더불어 256MB D램을 선보이며 매출액 11조 5,180억 원을 기록했다. 계속된 실적 상승에 1992년 1만 원대였던 주가는 1994년 8월 처음으로 10만 원대 진입에 성공한다.

상장 42년 만에 200만 원 벽 넘어 ‘황제주’ 등극

삼성전자 역시 IMF를 피할 순 없었다. 1995년 2조 원을 넘었던 순이익은 1997년이 되자 1,235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끝없이 올랐던 주가 또한 3만 원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위기에 굴하지 않았다. 되려 전 세계 우수 인재를 수백 명씩 채용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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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갤럭시S 시리즈의 모습 / 삼성전자
다소 주춤하는 모습은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는 법. 닷컴 버블로 IT 산업이 침체기에 빠져들자, 반도체 수요가 다변화되며 삼성전자에도 도약의 시기가 찾아왔다.

삼성전자는 주력이었던 가전 사업과 반도체로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2002년에는 뒤늦게 뛰어들었던 낸시플래시 메모리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점차 자신의 위상을 넓혀가며 2004년 주가를 40만 원대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2006년 70만 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40만 원으로 급락했다. 또다시 발생한 어려움에도 삼성전자의 입지는 무너지지 않았다. 1994년 ‘애니콜’로 포문을 연 휴대전화 사업이 스마트폰 호황기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처음으로 갤럭시 시리즈를 선보인 후, 매년 새 모델을 출시했다. 갤럭시는 전 세계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갔다. 주가도 고공 행진하며 2011년 마침내 10만원 대를 돌파했다.

2000년대 초반을 가전과 반도체 사업이 책임졌다면, 2010년 이후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이끈 셈이다.

반도체 시장에도 볕이 들었다. 2012년 일본 D램 기업 엘파다와 마이크론의 합병으로 D램 가격이 뛰었다.

여기에 수혜를 입은 삼성전자는 2012년 12월 주가 50만 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 국내 증시 ‘황제주’로 등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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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결함에 대해 사과했다. / 연합뉴스
거침없는 질주에 지쳤던 걸까. 삼성전자는 2년 반 동안 150만 원의 벽을 쉽게 뚫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까지 겹쳤다.


2016년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건이 불거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9월 전량 리콜에 이어, 10월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중단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160~170만 원대를 꾸준히 유지해나갔다. 반도체의 호황 덕분이다. 고용량 D램과 SSD,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도 호조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 수요에 힘입어 4분기에만 9조 2,0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9조 원 대를 넘어선 건 2013년 10조 1,6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깜짝 실적에 주가도 18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해가 지나도 반도체의 인기는 여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삼성전자는 호실적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2017년 1월, 삼성전자는 상장 42년 만에 주가 200만 원의 벽을 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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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4일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 / 뉴스웨이
액면분할로 잠시 주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미래는?

2018년 4월, 삼성전자 주가는 250만 원을 넘어섰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최대 실적을 유지하자, 곧 300만 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몸값이 되려 부담을 자아냈다. 높은 금액은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율 저조하게 만들었고, 신주 발행에도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이겨내고자,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기존 5,000원이었던 액면가는 100원으로 조정되었고, 액면분할 바로 직전 265만 원(4월 30일 기준)이었던 주가는 5만 3,000원으로 작아져 거래됐다.

국내 증시 ‘황제주’가 ‘국민주’로 거듭난 순간이다.

몰려드는 투자자들과 달리 삼성전자의 주가는 뒷걸음질을 쳤다. 주식이 분산되면서 2018년 한 해 내내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해 6월 4만 원 대로 추락한 후 단 한 번도 5만 원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12월 14일에는 3만 8,950원에 마감되면서, 2017년 3월 3만 9,620원 이후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만다. 특히 이 시기 나빠진 반도체 업황이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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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점을 찍었던 삼성전자 실적은 2019년이 되자 하락세를 보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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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와 뒤이어 출시한 갤럭시 노트 10 / 삼성전자
2019년이 되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8년 1~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8조 859억 원이었으나, 1년 만에 20조 6,08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실적이 무려 42%나 줄어든 것이다. 다행히도 4분기엔 분위기가 나아졌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그간 계속됐던 반도체의 가격 하락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5G 수요 증가로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띤 것도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1월과 8월 선보였던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노트 10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예상외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2019년 12월 18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5만 6,700원까지 고공 행진한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실적이 7조 1,600억 원을 기록해 6조 5,000억 원이었던 시장 예상치를 거뜬하게 깨부쉈다.

실적 개선을 향한 장밋빛 전망은 2020년이 되어도 계속됐다.

1월 중순 삼성전자 주가는 6만 2,8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액면분할 전 주가로 따지면 3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위험에 부딪혔다.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자, 삼성전자 주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3월 중순에는 주가가 4만 2,300원까지 떨어졌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자 주가도 회복세에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PC, 데이터 센터 중심의 메모리 매출이 상승했다.

스마트폰 판매는 다소 약진했으나, 지난 9월 1일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 2를 공개하며 악재는 면했다. 1월 최고치 6만 원대는 아니지만 9월 10일 주가 5만 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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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그는 올해 반도체 사업장만 다섯 차례 방문했다. / 삼성전자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TV와 스마트폰의 판매 증가는 물론, 반도체 부문 역시 호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사인 다이와캐피털은 “올해 3분기 TV와 스마트폰 부문은 2016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부품 부문 수익을 추월할 것”이라며 밝은 미래를 점쳤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올라선 화웨이가 미-중 무역으로 고전하면서, 삼성전자가 고스란히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벌써 미국과 유럽, 중남미, 인도 등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는 추세다.

통신 장비 부분 또한 화웨이의 퇴출 덕을 톡톡히 봤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66억 4,000달러 규모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그간 화웨이가 장학했던 글로벌 시장의 입지를 다시 다져가는 중이다.

여기에 반도체 잭팟이 더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IMD의 차세대 서버용 CPU ‘POWER 10’ 수주에 성공했다. 뒤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과 퀄컴의 보급형 5G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4 시리즈’의 위탁 생산까지 따냈다.

대형 고객사를 연달아 거느리며, 세계 굴지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라는 점을 시장에 공고히 한 셈이다.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여럿 주어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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